지난 16일 대구 동구 동부로34길의 한 가게. 낡은 시멘트벽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창으로 꾸민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인테리어가 입소문을 타면서 가게 앞은 SNS 인증족으로 늘 붐빈다. 이남영기자 Iny0104@yeongnam.com |
지난 1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4동(동부로34길)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다란 골목길. 젊은 남녀 서너명이 한 가게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이들에게 '프랭크프랭크'라는 카페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우측 샛길에 바로 보인다"고 알려줬다.
그의 말대로 걸어가니 단독주택이 밀집한 주택가가 펼쳐졌다. 집들은 언뜻 낡고 평범해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철제 휀스와 각종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것. 막상 가게에 들어가보니 의외로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곳곳에 특별한 인테리어 기법이 숨어 있다. 오래된 2층 양옥을 카페로 개조한 이 가게는 담장을 허물어 입구 폭을 넓혔다. 창문은 감각적인 소품 장식과 조명으로 꾸몄다. 2층은 어닝(문 위의 작은 서양식 처마)과 타프를 설치했다. 유럽식 고풍스런 멋을 한껏 느끼게 한다.
인근의 33㎡(10평) 남짓한 한 미니상가는 적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낡은 외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입구 옆에만 밝은색 시멘트를 덧칠했다. 또 감각적으로 꾸며놓은 간판과 붉은색 나무로 만든 문을 달았다. 이들 가게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내부 장식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다. 바로 옆 건물과 붙은 가게가 주는 답답함을 상쇄하기 위한 그들만의 '인테리어 노하우'다. 새로 생긴 상가라는 점이 덜 부각되게 기존 낡은 티 나는 외부 인테리어는 그대로 남겨 두는 특징을 보였다.
나름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대부분은 기존 거주하던 낡은 주택과 소규모 상점을 리모델링했다. 벽돌과 담장은 가급적 그대로 둔 상태로 개조했다. 빈 마당은 테이블과 의자로 채우고, 내부는 노출형 콘크리트로 나름 멋을 냈다. 기존 주택의 틀은 손대지 않고 외장만 조금씩 보완했다. 리모델링한 상가 전면엔 이른바 '통창'을 달아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콘크리트 벽이나 거친 벽돌, 드러난 배관 등을 살려 투박하고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른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특징이다.
동부로34길은 개성 넘치는 가게로 유명한 '핫 플레이스'이지만 대구의 다른 상권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의 행인과 마주할 일이 별로 없다. 요란한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신 성인 키보다 약간 높은 담장과 지난 세월을 엿볼 수 있는 낡은 주택 사이로 정적인 느낌의 간판을 내건다. 신축 건물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주택과 상점들이 모여 '주택가 핫플레이스'란 독특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I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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