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전에 카쉐어링 회사에 다녔다. 수 차례 공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면서 "신천4동 동대구터미널 맞은편 길(동부로 34길)을 장시간 돌아다녀 봤는데, 가게를 차려야 겠다는 결심이 서더라. 창업을 위해 퇴근 후 일본식 술집에서 일했다. 배우면서 창업자금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대환(30)씨는 동부로34길에서 가게를 차린 지 2년이 넘었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임대료 대비 조금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대구 대표 번화가인 동성로에 자리를 잡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개점 효과도 보고 초기 자본금을 줄이는 데 더 무게를 뒀다.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데 든 비용은 약 1억2천만원이다. 현재 매출은 초기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입소문을 탄 덕분에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다. 인근에 신세계백화점이 있어서 그런지 유동인구가 많다는 게 도움이 된다"며 "백화점 내 식당이 의외로 한정적이고 사람도 많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낡은 주택이 밀집해 있는 동부로34길에 생업의 터전을 마련한 이른바 'MZ세대' 사장은 10명이 훌쩍 넘는다.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가게를 내야 한다'는 기존의 창업 공식을 깨고, SNS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곳을 찾으려는 청년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렸지만 이 곳 사장들은 자영업 지형을 바꾸고 있었다.
이 일대가 지금처럼 핫한 상권이 형성되기 전엔 임차료가 싸서 진입 문턱이 높지 않았다. 노포(老鋪·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도 형성됐다. 끊임없이 이색장소를 물색하는 젊은 소비자 취향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가게에 자신만의 스토리와 개성을 입힌 것도 손님들이 찾는 이유로 분석됐다.
이곳 MZ사장들은 전문성을 살리고 자신의 적성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의 자영업자들과는 확실히 구분됐다. 동부로34길 일대가 청년들의 '숨은 성지'로 자리잡은 것은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문을 연 지 몇 년이 흐른 뒤다. 동대구역과 가깝지만 조용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끌려 개성 있는 가게가 하나둘씩 자리를 잡은 것이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Iny0104@yeongnam.com
최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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