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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
'나름 책도 읽으신 분'에서 두 명의 역사적 인물이 떠오른다. 나치 독일의 정치인으로 아돌프 히틀러의 심복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와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유명한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이다. 괴벨스는 선전, 선동의 달인이다. '하나의 대상에 모든 분노와 증오를 집결시키고, 사실에 거짓을 섞어 진실을 왜곡하고, 감성을 자극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방식'이 괴벨스의 선동 기법이다. "거짓말을 하려면 큰 거짓말을 하고 단순하게 만들어라. 계속해서 그것을 반복하라. 그러면 결국 사람들은 그 거짓말을 믿을 것이다." 괴벨스는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고 외쳤고, 실제 그렇게 행동했다. 유 전 이사장의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윤석열 정부를 악마화하고, 악에서 국민을 구원할 지도자는 이재명 대표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개인 비리 혐의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으로 치환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유 전 이사장을 방송인 김어준과 묶어 "문 정권의 괴벨스"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의 지적은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유 전 이사장은 '이재명의 괴벨스'가 된 듯 하다. 유 전 이사장은 김어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한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하면서 '사유하지 않는 천박함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고 했다. 아렌트의 대표작 '인간의 조건'에 나오는 문장이다. 사유적인 능력이 부족하면 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행동하게 되며, 결국 도덕적 타락과 악의 근원이 된다는 게 아렌트의 주장이다. 한 철학자의 말이 수십 년을 건너 뛰어 유 전 이사장을 지목한 것 같아 놀랍다. 물론 유 전 이사장 본인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정파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고 밝힐 정도이니 무슨 말인들 귀에 들어오겠는가. 아렌트는 또 "불이 산소를 연료로 살아간다면 전체주의의 산소는 거짓이다. 전체주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거짓말에 맞춰 현실을 조작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무자비한 경멸의 메시지를 내놓는다"고 했다. 또다른 누군가 연상되지 않는가.
지금 대한민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사유하는 능력이다. 진영이나 개인, 모두 해당 된다.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감성적 구호에 휘둘린다면 사유하지 않는 천박함에 빠지게 된다. 사유하지 않으면 집단적 사고에 맡기게 되고, '정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에서 촉발된 반일, 친일 논란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다시 두 쪽 날 판이다. '나름 책도 읽으신 분' 덕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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