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싼 관람료의 역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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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8  |  수정 2023-03-28 06:53  |  발행일 2023-03-28 제23면

웬만한 중소도시에는 연극이나 영화, 공연을 즐길 기회가 적다. 극장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관객이 적은 탓에 좋은 작품을 가져오기 힘든 악순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도시나 농촌 자치단체들은 궁여지책으로 직접 영화나 연극을 공공장소인 시민회관이나 예술회관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한때 서너 개의 극장이 있었던 경북 문경시에는 20여 년 전 모두 없어지고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멀리 큰 도시로 가는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몇 년 전 상업 영화관 한곳이 문을 열었으나 연극이나 발레, 오케스트라 공연 등은 여전히 남의 동네 일이었다. 문경시는 이러한 문화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문화예술회관에 개봉작이나 인기 연극과 공연작을 가져와 아주 싼값에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 문경시가 문화예술회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관람료는 2천원, 연극이나 음악 공연은 3천원으로 관람료 부담은 거의 없는 셈이다. 낮은 입장료로 인기작은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될 정도여서 1인당 구매 한도를 정해 놓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진된 작품의 상영이나 공연이 막상 시작되면 빈자리가 곳곳에 있다. 관람료 부담이 적은 탓에 관람 기회를 포기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선약을 잊고 예매했다"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이 생겼다" 등 여러 이유를 들지만 관계자들의 분석은 '너무 부담 없는' 낮은 관람료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입장권이 한 장에 몇만원씩 한다면 본인이 못 오면 다른 사람에게 선물해서라도 자리를 채울 것이다. 뭐든지 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듯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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