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두 명이 길을 가다 개울가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젊은 여인이 울상을 짓고 서 있었다.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건너지 못하고 있었던 것. 스님 A가 그 여인을 업어 개울을 건너게 해줬다. 둘은 다시 한참이나 걸었는데, 스님 B가 갑자기 힐난조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려로서 여인을 업는 건 잘못된 행동인 것 같네." 스님 A가 답했다. "나는 강을 건너자마자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어찌해서 자네는 아직도 업고 있는가."
두 스님은 같은 대상(여인)을 두고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A는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 B는 음욕을 일으키는 존재로 여겼다. B가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건 여인의 실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고정관념이었다. 탐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쉽게 잊었을 터. 대부분 중생의 마음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감에 빠져 끊임없이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착은 고통만을 낳는다. 불교에서 탐욕을 세 가지 번뇌인 삼독(三毒)의 으뜸으로 꼽는 이유다.
인간 마음이 복잡한 것 같지만, 근본은 단순하다. 행복을 욕망하는 게 전부다. 돈, 명예, 장수를 갈구하지만 가지기 어렵다. 설사 다 가진다고 해도 일시적이어서 결국 잃게 돼 있다. 그럼에도 가장 놓기 힘든 게 삶에 대한 집착이다. 말기 암 환자조차 고작 몇 달 더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지 않는가. 그러나 요즘 들어 죽음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의 연명의료거부 의향서 작성자는 164만명으로, 5년 전보다 16배나 늘었다. 이들처럼 무의미한 삶의 연장에 집착하지 않으면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두 스님은 같은 대상(여인)을 두고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A는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 B는 음욕을 일으키는 존재로 여겼다. B가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건 여인의 실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고정관념이었다. 탐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쉽게 잊었을 터. 대부분 중생의 마음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감에 빠져 끊임없이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착은 고통만을 낳는다. 불교에서 탐욕을 세 가지 번뇌인 삼독(三毒)의 으뜸으로 꼽는 이유다.
인간 마음이 복잡한 것 같지만, 근본은 단순하다. 행복을 욕망하는 게 전부다. 돈, 명예, 장수를 갈구하지만 가지기 어렵다. 설사 다 가진다고 해도 일시적이어서 결국 잃게 돼 있다. 그럼에도 가장 놓기 힘든 게 삶에 대한 집착이다. 말기 암 환자조차 고작 몇 달 더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지 않는가. 그러나 요즘 들어 죽음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의 연명의료거부 의향서 작성자는 164만명으로, 5년 전보다 16배나 늘었다. 이들처럼 무의미한 삶의 연장에 집착하지 않으면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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