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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개장한 대구 서문 야시장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올해 '밤'은 지난 몇 년간의 '밤'과 사뭇 다를 것이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사태라는 터널이 이제 서서히 끝을 보이는 듯하기 때문이다. 밤을 좋아하는 '야행성 인간'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밤에 갈만한 곳이나 즐길 거리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다시 돌아온 밤,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지자체와 관광업계 등의 경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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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 야시장인 부평깡통야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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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변을 따라 길게 자리하고 있는 대구 칠성 야시장. |
◆불 밝히는 대구 야시장, 관광객 북적 부산 야시장
여러 나라, 여러 지역의 야시장은 대표적인 '밤 나들이' 장소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야시장들은 활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의 비프(BIFF) 광장 일대는 낮과 밤 모두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인근에 국제시장과 보수동 책방골목이 있고, 길 건너에는 바로 자갈치 시장이 있는 이곳은 명소가 몰려 있어 관광객들이 자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비프광장 주변은 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부평깡통야시장이다.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역사가 오래된 '깡통시장'은 과거 통조림 등 수입된 깡통제품을 많이 판매했다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 깡통시장에 2013년 10월 우리나라 1호 야시장이 문을 열었고, 이후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았던 시기 전국 다른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임시휴업도 한 적 있는 부평깡통야시장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이달 초 찾아가 본 깡통야시장은 먹거리를 사거나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해가 지자 야시장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 시장 중간에는 작은 부스들이 설치돼 야시장의 분위기를 더했다.
부산 어묵을 비롯해 오징어 무침, 호떡, 꼼장어 구이, 육전, 진미오징어 튀김 등 취향에 따라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부평깡통야시장에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만나볼 수 있었다. 베트남의 반쎄오와 중국의 냉면구이, 터키의 케밥 판매 부스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외국인들이 야시장 한 편에서 빈대떡을 먹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 오사카에서 왔다는 레나(28)씨는 "친구와 부산 여행을 왔다가 야시장에 와봤다. 평소 디저트에 관심이 많은데 야시장에서 한국식 떡과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류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의 야시장들도 동계휴업을 끝내고 최근 다시 불을 밝혔다.
대구 대표 야시장인 서문 야시장과 칠성 야시장이 지난달 31일 재개장을 한 것. 두 야시장은 모두 도시철도를 이용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서문 야시장은 2016년 개장해 지금까지 2천만 명 이상 방문객이 찾았으며,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다. 금·토·일 주 3일 영업을 한다.
지난 7일 찾아간 대구 서문 야시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불금' 나들이에 나선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서문 야시장에서는 막창구이나 추로스, 카베츠야키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부스가 펼쳐져 있고, 그 앞에 마련된 간이 식탁과 의자에서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부 인기 부스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야시장 입구에서는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칠성 야시장은 신천변을 따라 형성돼 있다. 주 6일(화요일은 정기 휴일) 영업을 한다. 신천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는 것도 칠성 야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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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찾은 이들이 저녁시간에 '근대골목 밤마실 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
◆야간관광 활성화도 기대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야간관광도 봄이 되자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올봄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야간 벚꽃축제'를 재개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밤에 마음껏 꽃 구경을 할 수 있는 일상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야간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대구 역시 마찬가지. '대구의 밤'이 가진 매력은 뭘까. 나홀로 여행객에게도 편안하고 쾌적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대구시는 대구라는 도시가 내륙형 도심 관광지의 특성에 더해 야간 관광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에도 수성구 수성못, 남구 앞산 전망대, 동구 아양기찻길, 중구 동성로·서문시장 등 지역별로 야간관광이 가능한 장소들이 있다. 또 '밤이 아름도시 대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야간경관 조명도 곳곳에서 은은한 빛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 굳이 관광 명소가 아니더라도 대구에는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등 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대구의 대표적 야간관광 코스인 '근대골목 밤마실 투어'도 한층 따뜻해진 날씨와 코로나19 유행 안정화의 효과를 기대한다.
밤마실 투어는 밤이 되면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내보이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따라 걸어보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밤의 정취와 함께 대구의 과거로 여행을 떠났다가 현재로 돌아오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골목문화 해설사와 함께하는 밤마실 투어는 보통 '영남대로~약령시한의약박물관~교남YMCA~계산예가~계산성당~3·1만세운동길~동산선교사주택~서문야시장'을 돌아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이번 토요일(8일)에도 50명 이상이 밤마실 투어 신청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밤마실 투어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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