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절친의 우정이 담긴 전시...'변호사 허노목 소장전 겸 노상동 회고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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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3 15:18  |  수정 2023-04-24 07:53  |  발행일 2023-04-24
25~30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1·2전시실

허 변호사 소장 노상동 작품 31점과

노 작가의 가로 3천150㎝, 세로 213㎝ 대작 1점 전시
50년 절친의 우정이 담긴 전시...변호사 허노목 소장전 겸 노상동 회고전
노상동 '파(破)'
'변호사 허노목 소장전 겸 노상동 회고전'이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역 1세대 현대서예가이자 추상서예 개척자 천수 노상동과 그의 오랜 벗 허노목 변호사와의 우정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은 50년 넘게 교류하며 서로의 삶과 작품을 통해 믿음을 주고받았고 허 변호사는 1985년부터 열린 노상동의 개인전 때마다 친구의 작품을 수집해 왔다. 이번 소장전 겸 회고전에서는 허 변호사 소장 노상동 작품 31점과, 노상동 작품세계의 변화상을 오롯이 담은 가로 3천150㎝, 세로 213㎝의 대작 1점을 선보인다.

노상동에게 서예는 평생을 태워서라도 이뤄내야 할 과업이다. 대구고 재학 시절 당시 교사였던 문인화가 천석(千石 ) 박근술(朴根述, 1937~1993)의 영향을 받아 서예에 눈떴다. 이후 경북대 서예동아리 '경묵회' 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서예가의 길을 걸었으며,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오직 '一(한일자)' 긋기에 몰두하면서 실제가 환상이 되고 환상이 실제가 되는 혼돈을 겪었다. '一'자 긋기 3년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노상동의 심신은 피폐해졌고 주변으로부터 '미친 사람' 소리까지 들었다. '一'자 수행 3년 차의 끝자락, 무명의 수도자를 만나 지금의 호 '천수(千樹)'를 받았다.

50년 절친의 우정이 담긴 전시...변호사 허노목 소장전 겸 노상동 회고전
노상동 작가(왼쪽)와 허노목 변호사.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대구에서 서실을 운영하던 노상동은 1985년 서예이론 모임 대구서학회 활동을 통해 서예의 이론적 배경을 확립했다. 이후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 전문 큐레이터로 일했고 '물파(物波)' 그룹 활동을 통해 동양의 정신을 탐구했다. 1999년 대구로 돌아온 노상동은 오직 작품활동에만 천착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병마에 시달렸으나 이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노상동의 예술 인생을 한 눈에 가늠할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작가는 그동안 '점→선→면'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에서 점이 되고, 점에서 면이 되는 '선→점→면'의 세계로 이동해 왔다. 선으로 된 형상의 세계에서 점으로 된 추상의 세계를 거쳐 면으로 된 현상의 세계로 온 것이다.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일부는 논터치 기법을 활용해 옛 작품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담았다. 일필휘지의 기세로 글을 쓰지만 붓은 결코 지면에 닿지 않는다. 붓이 머금은 먹은 속도가 만들어낸 에너지를 통해 지면으로 흩뿌려질 뿐이다. 이른바 '공서(空書)'다.

특히 노상동에게 이번 전시는 예술의 주요 분야로서 '서예'의 지속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실험대다. 노상동은 "최근 서예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많다. 새로운 시도를 가미한 이번 전시를 통해 서예 작품의 미술시장 내 유통판로를 개척하려 한다. 특정 인물이 아닌 예술적 측면에서 서예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후학들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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