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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동 '산(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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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New days' |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창작의 노정에서 만나 단단한 예술적 동지로 30여 년을 교류해온 노상동·안종연의 색과 멋을 품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추상서예의 개척자 노상동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붓을 지면에 대지 않고 오직 속도와 힘을 통해 먹을 흩뿌려 그린 '획(劃)'이 그것이다. 그동안 '一(한일자)' 그리기에 천착해온 노상동은 "나의 한일자는 선이 되기도 하고 점이 되기도 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본래는 하나다. 이러한 이치를 확대하면 시간과 공간 역시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말한다.
노상동은 그동안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이 점이 되고 점이 면이 되는 땅, 즉 '네모'에서 '획'을 발견했다. 이는 작가가 40여 년 동안 한일자 그리기에 몰두 하며 얻은 이치다. 그래서 노상동의 '획'은 작가가 추구해온 수행성의 결과이자 새로운 시작인 '추상획화(劃畵)'로도 평가받는다. 동토를 뚫고 발아하는 봄의 전령 새싹처럼 강인한 생명력이 담긴 먹빛이다.
안종연의 작품은 색의 깊이와 빛의 공간감을 담는 공간예술이다. 유리구슬이 품은 오묘한 색과 추상무늬에 인공의 빛을 더하면 시공간을 굴절시키듯 빛 그림자의 공간이 된다. 평면인 랜티큘러(Lenticular)를 활용한 작품은 원형의 정교한 색들이 공간적 깊이를 더하고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가 환상적이다.
안종연의 작업적 효과는 렌티큘러 시트(sheet)의 수직 수평의 배열을 통해 평면회화가 추구해 온 착시의 역사를 새롭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오랜 세월 서양의 미술사는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공간을 그리는 착시의 역사였다. 안종연이 만드는 공간의 착시는 물리적인 공간에 비물리적인 색과 빛을 담는 공간예술이다. 그것은 구슬에 빛을 담고 그 빛이 가 닿는 곳에서 생기는 빛의 그림자 혹은 랜티큘러에 정교한 원의 형과 색의 빛을 담은 판타지의 공간이다.
김옥렬 미술평론가는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의 노상동·안종연 2인전은 물질을 통해 물질을 초월하는 두 가지의 재료적 기법과 의미뿐 아니라, 몸성과 정신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빛과 획을 통해 예술적 비전을 담았다"고 평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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