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찾아간 서대구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신진섬유 봉제공장. 이상문 대표는 "섬유산업의 근간인 인재가 없다"며 큰 걱정을 했다. |
30년 간 봉제공장을 운영한 이상문 신진섬유 대표는 '섬유도시' 대구의 현 상황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 9일 오후 찾은 서구 중리동 신진섬유 생산공장은 물량을 처리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근로자 대다수는 60대 이상이었고 청년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모든 산업의 근간인 '인재'가 없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현재 신진섬유를 지키고 있는 인력은 30명 정도. 이미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지 오래다. 그는 "여기 지금 우리회사 막내가 59세다. 근속 연수도 길고 숙련된 기술자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참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봉제도 결국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분야인데 연령대가 너무 높다보니 빨리 많은 물량을 처리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사업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업계 전반에서 활력이 넘쳤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땐 그냥 일하는 게 재미있었다. 휴가 가는 걸 잊고 지냈고 쉬는 날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업무량이 많다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당시엔 일하는 보람이 더 컸다 "고 했다.
〈자료:통계청〉 |
그는 "단순한 반복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조금만 난이도가 올라가면 기술자가 곧잘 필요해진다. 배우는 사람은 없고 미싱사는 한정적이니 서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 기업의 일감이 있는 서울로 가서 자리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지역에 일감이 있어도 이를 처리할 업체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섬유인력 세대교체와 연구개발(R&D),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책이 뒷받침된다면 위기를 기회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연신 강조했다.
이상문 대표는 "과거 대구 섬유산업의 위상이 높았지만 지금은 낙후된 게 사실이다. 2세 경영인이 이어받아 연구개발에 나서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몇 개월 훈련받은 교육생을 취업과 연계하는 것보다 채용후 2~3년 기술을 익힐 때까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다 많이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힘겹게 버티는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한다면 희망은 분명히 있다. 섬유 산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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