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쓸모 있는 일을 찾아보자

  • 전진문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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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6  |  수정 2023-05-26 07:51  |  발행일 2023-05-26 제36면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쓸모 있는 일을 찾아보자
최진석 지음·북루덴스·2022·251면·1만7천원

이 책의 저자 최진석은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곁의 작은 섬 장병도에서 태어나 중국에 가서 노장철학을 전공하고,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마치고 <사>새말몸짓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탁월한 책을 낸 바 있다.

저자는 고1 때 이미 별똥별을 보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진다'고 느꼈고, 나중에야 사라지지 않는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멀리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식, 이론, 민주, 평화, 자존, 행복, 자유'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서 별을 경험하고 내가 별이 되는 삶을 원하자는 것이다. 이제 다른 별이 빛나는 모습에 박수 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내가 별이 되어 살아보자는 염원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장자(莊子)'의 '소요유'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고 있다. 혜자(惠子)가 위(魏)나라 왕으로부터 큰 박이 열리는 박의 씨앗을 선물로 받아 뒤뜰에 심었다. 싹이 자라서 엄청나게 큰 박이 열렸다. 그런데 크기가 너무 커서 물을 담자니 무거워서 들 수가 없을 지경이고, 쪼개서 바가지로 쓰자 해도 납작하고 얕아서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다. 위나라 왕이 말한 대로 박이 크기는 컸지만 아무 쓸모가 없어서 깨버리고 말았다. 혜자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장자가 말했다. "그렇게 큰 박이 열렸다면 어째서 그 속을 파내 큰 배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워놓고 즐기려 하지 않고, 납작하여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는 걱정만 하셨소? 선생은 생각이 꼭 쑥대 대롱에 난 작은 구멍만큼이나 좁디좁군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더 들고 있다. "나한테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죽나무라 합니다. 줄기가 하도 울퉁불퉁해서 먹줄을 치지도 못하고, 가지는 하도 꼬여서 자를 대지 못합니다. 길가에 서 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선생께서 하시는 말씀들은 모두 크지만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이 외면하니 그 처지가 이 나무와 같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선생은 큰 나무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이 쓸모가 없음을 걱정하시는데,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심어놓고 그 곁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한가롭게 쉬면서 그 그늘 아래 누워 유유자적하지 않소. 도끼에 찍히는 일도 누가 해를 끼칠 일도 없을 것이오. 쓸모없다고 해서 어찌 괴로워한단 말이오." 이것은 너무나 유명한 무용지용(無用之用), 즉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의 이야기다.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쓸모 있는 일을 찾아보자
전진문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야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실감이 난다.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先山) 지킨다'는 우리네 속담도 있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물이나 인간이 있겠는가. 다만 그 쓰임새를 모르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정해진 마음'의 틀 안에 갇혀 있는 세상에서 고정관념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쓰임새를 못 찾는다고 실망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은 열린 큰 안목으로 저마다의 큰 쓰임새(大用)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큰 쓰임새'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해진 마음(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정해진 마음'에 갇힌 자기를 장례 지내라"고 과감히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정해진 마음'을 벗어나 새로운 안목으로 나와 남들의 '큰 쓰임새'을 찾아보자.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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