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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 |
환경오염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자 UN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 환경회의를 개최해 매년 6월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했고 우리나라도 법적기념일로 지정, 세계 환경의 날에는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된다. 보통 환경이란 말을 들으면 규제를 생각하고 그 규제를 고려, 최소한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쉬우나 오히려 기회로 활용한 예가 적지 않다.
한국의 조선사들은 값비싼 친환경 추진선 분야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 당분간은 한국의 독주 체제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환경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공해를 누비는 선박은 무시하였다. 그러나 전체 수송용 연료의 약 7%에 불과한 선박 연료유가 전체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황 배출량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등 선박의 경우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IMO2020'는 2020년 1월부터 선박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량 허용치를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크게 낮추도록 요구하였다. 이를 위해 임시 방편들을 고려할 수 있으나, 결국 LNG 추진선으로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 현재 운항하는 LNG 추진선은 총 1천척 미만인데 2030년까지 최대 4천척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조선업계가 미래의 환경규제를 대비하여 투자·대비한 결과 LNG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큰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여, 발주되는 LNG 추진선을 싹쓸이하고 있으며 당분간은 수주 걱정이 없는 상태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석유 제품 수출액이 57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반도체 다음의 전체 2위의 실적이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상황에서 실로 놀라운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박과 비슷하게 그 이면에도 환경규제와 이를 돌파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및 기술 개발이 있었다. 정부는 2002년 '수도권 대기 환경 특별대책안'을 내놨는데, 예로 경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430PPM에서 아주 크게 낮추는 것이었고 실제 2006년 및 2009년부터의 황 함유량을 각각 30PPM 및 10PPM으로 설정하였다. 2002년과 최근의 실측치는 각각 206PPM 및 8PPM 미만이라고 하니 그런 규제가 없었다면 환경이 어땠을까라고 상상하기 싫은 정도이다. 위의 대기 특별대책에 대응하여 정유사들은 대대적 투자를 했고 그에 따른 석유류의 경쟁력 증가로 수출이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환경규제는 단기적으론 보통 기업과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으나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개발 등의 준비를 잘하면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경북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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