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독일, '창업 공화국'을 국가 어젠다로

  •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 |
  • 입력 2023-05-24 07:01  |  수정 2023-05-24 08:56  |  발행일 2023-05-24 제26면
국가브랜드지수 6년째 1위
제조업 중심서 스타트업 등
경제분야 미래전략 준비에
정파 초월한 獨 정부 노력이
20위권 韓에 던지는 메시지

2023052201000715600028951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독일이 국가 브랜드 지수(Nation Brands Index) 조사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수는 영국의 브랜드 전문가인 안홀트 사이먼이 개발하고 시장조사기관 Gfk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독일은 60개국 중 또다시 1위에 올랐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에서 독일은 8번째이자 6년 연속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일본, 3위는 캐나다였고 우리나라는 23위에 그쳤다.

국가 브랜드 지수는 수출, 정부 거버넌스, 문화유산, 인력, 관광, 투자와 이민의 6개 요소로 나누고 6만명의 설문조사로 평가된다. 독일의 국가 브랜드는 뛰어난 제품 경쟁력, 투자처로서의 매력, 일자리와 고용 유연성, 빈곤과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 노력 등에서 종합적으로 탁월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질서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전통적으로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를 토대로 기계, 설비, 자동차, 화학이라는 4대 핵심 분야가 독일경제를 이끌어 왔다. 장인과 기술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었기에 제조업 중심의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 그 바탕은 '기술은 마르지 않는 금광'이라는 독일 속담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제조업 환경은 급변했다. 종전 기술우위만으로는 경쟁국의 추격과 디지털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독일 제조업의 미래가 어두웠다. 이에 정파를 초월해 자본과 노동 분야에 대한 미래전략을 준비했다. 제조업에 ICT기술을 결합하는 '산업 4.0'(2012년)과 디지털시대의 일자리에 대한 미래를 담은 '노동 4.0'(2016년)이 그 결과물이다.

한편 제조업의 지능화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기술기반 스타트업 정책도 확대했다. 2014년 메르켈 총리는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청년창업을 독려했다. 대학과 연계한 '엑시스트(Exist) 창업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들에게 취업보다 창업을 권유하면서 2015년에만 약 871억원을 투자한 결과 그해 창업자 수가 30만명에 달했다.

2022년 7월 연방 재무장관은 독일을 '창업 공화국(Republic of Startups)'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금융지원 확대 △기업가 정신 고취 △공익형 스타트업 여건 개선 △규제 샌드박스 확대 및 규제 완화 등 10개 과제를 선정하고 2030년까지 총 300억유로의 자금을 집중하기로 했다.

독일의 스타트업 정책은 새로운 기업환경에 맞추어 법률과 규제를 합리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정책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추진하고 있다. 새롭고 젊은 기업이라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살려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에 혁신을 추구한다는 발상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 41만5천명이던 창업자 수를 2030년까지 약 100만명으로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 정책은 기존 산업은 물론 새로운 산업에도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동안 스타트업들은 정보통신 기술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재생 가능한 전기와 자원, 순환 경제, 이동성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력적인 창업 공화국은 국가 브랜드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20위권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