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중교통을 '대구굴기' 시금석으로

  • 김윤회 대구시 버스운영과 버스노선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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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0 07:53  |  수정 2023-05-30 07:54  |  발행일 2023-05-30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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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회 (대구시 버스운영과 버스노선관리팀장)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이 노골화하기 시작한 1907년 2월21일,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됐다. 현재 대구시는 이를 기념해 2월21일을 '대구시민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행사 주간을 개최하고 있다. 1915년 국내 첫 방직공장인 동양염직소가 대구에서 설립됐다. 1946년엔 안경테 공장인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가, 1957년엔 나일론 생산 섬유업체인 한국나일론(코오롱)이 처음 들어섰다. 1922년 박태준이 작곡한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은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이다. 4·19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1960년), 천연기념물 제1호 도동 측백나무숲(1962년), K2 공군기지 조종사들로부터 처음 도입된 족구(1966년), 국내 첫 양념치킨(1980년), 최초 담장 허물기 운동(1996년), 프로축구 첫 시민구단(2002년 대구FC) 등도 대구가 시초다.

대중교통에서도 대구가 시발점이 된 분야가 있다. 이를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 싶다. 바로 시내버스다. 대구에선 1920년 대한민국 최초의 시내버스가 운행됐다. 당시 대구호텔 주인이던 일본인 베이무라 다마치로(米村玉次郞)가 일본에서 버스 넉 대를 들여와 영업을 시작한 게 출발점이었다. 여름철엔 오전 6시부터 밤 10시, 겨울철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행했다. 전차와 달리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승객이 손을 들면 태워주기도 해 편리했다. 하지만 전차보다 비싼 요금(7전)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바람에 버스 운영권은 곧 경성전기주식회사로 넘어갔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한 것도 대구가 처음이다. 대구시는 2009년 도심 한복판인 중구 중앙로를 시내버스와 보행자만 다니는 전용 지구로 조성해 교통 혼잡을 완화했다. 이후 이곳에선 매년 '지구의 날(4월22일)' 기념 대구시민 생명축제가 열리는 등 친환경을 상징하는 거리로 인식돼 서울시 등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최초의 대중교통 모노레일도 있다. 2015년 도입된 도시철도 3호선(일명 하늘열차)이다.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모노레일 노선을 대구가 갖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완공된 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최초 민자복합환승센터다. 이에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은 열차·지하철·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허브 기능에 더해 문화·상업·업무 기능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한 시설로 거듭났다.

오는 7월이면 대구는 '국내 최초' 기록을 한 가지 더 추가할 전망이다. '시내버스·도시철도 어르신 통합 무료탑승' 제도다. 대구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내버스 어르신 무료승차 시행을 예고하자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퉈 도입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전산시스템 개발은 물론 '어르신 통합 무임 교통지원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구·군(행정복지센터) 담당자 교육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7월1일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따른 교통체계도 달라진다. 이에 △버스노선 신설 △출퇴근 시간대 탄력배차 확대로 혼잡도 감소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 △대구경북 공동생활권 대중교통 환승체계 도입 등도 차질 없는 준비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다른 도시가 가보지 못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대구굴기(大邱屈起)'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대중교통을 시금석으로 삼을 것이다.

김윤회 (대구시 버스운영과 버스노선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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