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꿈 수면 질환(렘수면 행동 장애)

  •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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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0  |  수정 2023-05-30 07:34  |  발행일 2023-05-30 제13면
꿈속 사건이 말·행동으로 표출되는

렘수면 행동장애 중 흔한 건 잠꼬대

코골이·수면 무호흡증·약물 등 원인

[건강칼럼] 꿈 수면 질환(렘수면 행동 장애)
김광훈<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우리는 수면 중에 낮에 입력된 정보들을 다루는 다양한 꿈을 꾼다.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는 환자도 간혹 있다. 이 경우는 렘수면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심지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랑스러운 반려 동물도 모두 꿈을 꾸며 잠꼬대 내 행동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수면 연구에 따르면 꿈은 꿈수면이라 불리는 렘수면 동안에 집중적으로 생기며 나이에 따라서 주기와 시간 변화가 있다. 태어나서 사춘기까지는 렘수면이 상대적으로 잠자는 시간에 비해 월등히 높다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게 된다.

'그대는 꿈꾸는가' 하는 표제는 중년이나 노년기보다는 영유아기나 청소년기에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도 이러한 생물학적 증거에 기반해서 볼 때 더 자연스럽다. 인간이 왜 꿈을 꾸는가 하는 질문은 수많은 과학자가 수세기에 걸쳐서 연구해 왔다. 프로이트와 같은 정신분석학적 꿈 해석부터 최근에는 뇌파와 MRI 등을 이용한 생화학적 분석 방법까지 다양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과학적 발전은 과거 노력을 바탕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꿈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그간 노력에 비하면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초라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정립된 꿈 해석 결론을 살펴보면, 첫째 렘수면 동안은 우리 뇌 안에 저장돼 있는 오래된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잊어버리지 않게 강화하고 오늘 낮에 있었던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잡다하게 기록된 많은 데이터를 대뇌 피질 속에 중요한 순서대로, 혹은 연관성 있는 것들끼리 차곡차곡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뇌파 검사상 렘수면 동안에는 뇌는 주간 활동만큼 활발히 작동한다. 이는 마치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 영구저장 장치인 하드디스크를 조각모음이나 최적의 상태로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신체 기능은 주기적인 운동을 하는 안구, 즉 눈알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팔, 다리와 같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근육의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다. 낮에 혹사당한 신체 회복을 감안하면 수면 중 에너지의 효율적인 배분은 꼭 필요할 것이다. 즉 최소 에너지로 최대 가성비를 이끌어 내는 훌륭한 에너지 프로그램인 것이다.

셋째 수면 중에는 치매의 원인 중의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대뇌 속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글림프계가 하루 중 가장 활성화된다. 숙면을 취할수록 청소 효과는 높아져 다음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넷째 렘수면 중 꿈속의 사건이 실제 수면 중에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렘수면 행동 장애'라고 말한다. 꿈꾸다 생기는 질환으로, 꿈수면 질환이라고도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잠꼬대다. 구체적인 문장보다는 감정 표현 위주의 발성이 많다. 곤히 자다가 큰소리로 고함을 쳐서 가족이나 동거인에게 의도치 않게 수면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 질환보다 더 큰 문제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팔다리를 폭력적으로 휘두르기도 하고 발길질로 옆 사람한테 상해를 입혀 가족이 병원에 내원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몸부림이나 잠꼬대가 심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정도가 심해지면 본인이나 가족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인 수면뿐 아니라 가족 수면 질도 비례해 저하된다. 이때는 수면 전문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

원인은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동반돼 생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수면제나 항우울제와 같은 향정신성 약물의 부작용으로 생기기도 한다.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면 일단 자기 전 약물을 중단하고 상태를 지켜본 후 잠꼬대가 없어졌다면 약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특별한 약물 복용이 없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실제 무호흡증이나 다른 수면 장애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 치료해야 한다.
김광훈<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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