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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
지난달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일부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개정안 주 내용은 노조법 제2조 제2호 사용자의 개념 확대, 제2조 제5호 쟁의행위의 대상 범위 확대, 제3조 후단 신설을 통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등이다. 핵심은 노조법상 사용자의 개념 확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여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고,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거론되고 있어 실제 법안이 시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혼란과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고 국가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모호한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하도급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도급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변화된 대법원 판결과 노동시장의 현실을 비춰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법원은 1993년 골프장 캐디 사건과 2004년 서울여성노조 사건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실업 상태이거나 구직 중인 자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특히 2018년 학습지교사 사건과 방송연기자 사건, 2019년 매점운영자 사건과 카마스터 사건 등을 통해 판단 기준을 확립했다. 즉 '노조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그 판단은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법상 사용자'에 대해 대법원은 2014년 골프장 캐디 사건과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노무제공자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제시하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을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상대인 노조법상 사용자로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2020년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2020년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2020년 라이더유니온 등에 대해 전국단위노동조합 설립필증을 교부해 오고 있다. 이미 정부도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은 2018년 말 기준 특수고용직 노동자 수를 220만9천343명으로 발표했다. 이는 2018년 10월 기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 2천709만명의 8.2%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유형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33%나 확대됐다. 다면적 노무제공 관계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국민에게 헌법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 할 것이다.
1998년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된 이후 25년 만에 하도급 노동자 등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됐다. 그동안 하도급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노조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국민은 국가의 법적 보호도 없이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로 노동3권을 부정당해 왔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의 단결권 조항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개정안이라도 입법되어 국민이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힘도 정쟁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변화에 조응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로 노조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모아주길 촉구한다.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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