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경북신공항에 대한 기대와 염려

  •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 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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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5 09:04  |  수정 2023-06-05 09:05  |  발행일 2023-06-05 제24면

정상환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 위원회 상임위원)

지난 4월13일 대구경북신공항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 4월25일 공포됐고, 4개월 후 발효된다. 지역 정·관계 및 재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심지어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사업은 웬만하면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지부에서도 민주당의 역할이 컸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소요 예산이 줄잡아 30조~40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인 만큼 정치인들은 이 잔치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신공항 사업은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초대형 공사다. 가뜩이나 지역 건설 및 부동산 경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인구 감소 및 청년층 이탈로 경제 활력이 상실돼 가는 현 상황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아 쇠락하는 대구를 부흥시킬 절호의 기회이며, 비행기 특히 전투기의 소음으로 고통받아 오던 대구 동·북구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호재이다. 경북에서도 고령화 정도가 심하고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의성군과 군위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홍준표 대구시장이 밝힌 대로 두바이식으로 대구 군공항(K2) 후적지를 개발함으로써 대구를 국제적인 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은 경남 밀양 '영남권신공항' 건이 무산되고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싸늘해진 TK 주민을 달래기 위한 민심 전환용으로 제기됐고, 그 이후로도 주로 정치적인 이슈로 거론되다 보니 아직 시민들 사이에서 신공항에 대한 희망적인 공감대가 넓게 확산되지 않은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실제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K2 기지 및 대구국제공항 이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대구 도심에 있는 공항을 의성·군위로 옮기는 것이 대구시민 입장에서 과연 최선인가' 'K2 후적지 개발이 대구의 미래를 여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인가' 등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시민들이 상당수 있다.

K2 이전과 관련해서 당초 기부 대 양여 방식에서 그 차액을 국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지만, 실제 군공항 이전 사업의 유력 예상사업자인 LH나 수자원공사 등이 군사공항 이전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엔 2030년 개항 예정인 신공항을 2년이나 앞당겨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서둘러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K2기지 및 대구국제공항은 개발과정에서 토양오염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많고, 오염토양 정화에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두바이식 개발은 오일 머니 등 외자를 도입해 거대한 부동산 건설을 통해 관광·상업·첨단산업기지로 육성한다는 것인데, 두바이의 경우 중동의 경제적 거점으로 유리한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대규모 외자 도입이 어렵지 않게 성사됐지만, 2009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2009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의성·군위에 활주로가 생긴다고 해서 국내외 항공사들이 저절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자립도시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대구경북신공항은 대구경북으로서는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큰 사업이다. 공군기지 및 민간공항 이전과 신도시 개발에 관한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국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구시민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적기에 공유하여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를 빈다.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 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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