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마저 '아빠 찬스'…공직사회 타락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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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0 06:49  |  수정 2023-05-30 06:50  |  발행일 2023-05-30 제23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수뇌부의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여 초상집 분위기다. 선관위는 지난 28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면직을 공식 의결했다. 선관위 투톱인 총장·차장의 동반 사퇴는 전례가 없다.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사태를 맞은 선관위는 혼란에 빠져 허둥대고 있다. 선관위는 부랴부랴 5급 이상 간부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시작했지만, 특혜 채용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어 사태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총장과 송 차장 자녀가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옮긴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의 특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의혹이 일자 두 사람 모두 "아빠 찬스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앞서 김세환 전 사무총장도 자녀 채용 특혜 사실이 밝혀져 사퇴하지 않았나. 이뿐만 아니라 '아빠 찬스'를 쓴 선관위 간부들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 자녀의 채용 과정에서 대부분 '아빠 동료'들로 구성된 면접관이 최고 점수를 줬다니 놀랍다. 특혜 채용이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관리 책무를 지닌 선관위는 공정·청렴성이 생명이다. 헌법상 독립기구로 둔 이유다.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 도덕성이 높을 것이라고 믿었던 국민의 실망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조직 상층부에 자녀 특혜 채용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건 더 이상 선관위를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번에 선관위가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국민이 직접 나서 쇄신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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