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택 구입에도 돈 펑펑…한전 방만 경영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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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06:58  |  수정 2023-05-31 06:59  |  발행일 2023-05-31 제27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방만 경영 실태가 또 드러났다. 임직원 성과급 잔치, 한전공대 논란에 이어 이번에 과도한 직원 사택 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전이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적자 규모가 44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적자(32조6천억원)보다 1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도 한전은 자구 노력이 아니라 직원 주거복지에 열을 올렸다.

한전은 4천685억원을 들여 3천188세대의 사택을 운영 중인데, 사용자가 전체 직원의 26.3%인 6천211명이나 된다. 이 중 229세대는 지난해부터 1년 반 동안 1천300억원을 들여 매입·신축한 것이다.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택을 줄여야 함에도 되레 늘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도서·산간 등지에 사업장이 많아서 사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그걸 감안해도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다. 더구나 한전 처장급 이상 임직원 38%가 단독 사택에 입주해 있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한전은 지난해 8월 재정 건전화 계획의 일환으로 사택 170세대를 매각해 367억원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팔린 건 고작 40세대다. 매각한 사택보다 새로 구입한 사택이 5배나 많았다. 한전은 또 정부가 요구한 전 직원 임금동결에 대해 3급 미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자구 노력을 않겠다는 뜻이다. 아무리 적자가 나도 혈세로 메우면 된다는 한전 식의 배짱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전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직전인 'Baa3'로 강등했다. 그 위험 부담도 국민이 떠안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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