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노동시장 실패 심각, 개혁 서둘러야

  •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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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5  |  수정 2023-06-05 07:13  |  발행일 2023-06-05 제26면
인구고령과 연금고갈 위험

정년연장 거부도 못할 현실

건강한 노동시장의 해법은

관행적 연공서열 임금체계

직무·성과급으로 적극 개편

[아침을 열며] 노동시장 실패 심각, 개혁 서둘러야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노동시장은 국민 삶의 터전이고,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국민 삶의 질과 국가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건강해야 한다. 인적자원 배분이 효율적이고, 기회의 공평성이 보장되며, 능력과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지는 노동시장이 '건강한 노동시장'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 실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시장 고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 수가 20대 이하 일자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1년 전 동기 대비 28만개 늘어 337만5천개로 증가한 반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3만6천개 줄어 322만3천개로 감소했다. 그 결과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대 이상이 16.5%로 20대 이하 15.8%를 능가했다. 노동시장 고령화는 초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동 같은 노동공급 측 요인과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매우 제한적인 노동수요 측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고용구조 고령화는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저하를 가져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경쟁력 약화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만든다.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대기업 수출경쟁력 약화, 신성장동력 확보 부진, 대기업·중소기업 이중구조 심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여기에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등 대기업 노조가 현재 60세 정년을 62~65세로의 연장을 요구하면서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아 노조는 62세, 현대차 노조는 64세, 삼성그룹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와 함께 65세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평균수명이 길어졌고,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1961년생은 63세로, 1969년생 이후는 65세로 늦추어지면서 60세 정년 이후 2년 내지 4년간 소득 없는 삶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런데 기업은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가 크게 증가하고, 신규채용 할 여력이 없어 인력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대기업들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데, 정년 연장은 불가피하게 청년들의 취업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 제한되면서 다양하고 심각한 경제·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저 초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한 국력 쇠락은 물론 국가소멸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정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구조 및 고용구조의 고령화, 국민연금 고갈 위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정년 연장을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다.

해법이 무엇인가. 후발산업국가 단계에서 확립되고 관행화되어 있는 한국 노동시장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크게 상위·중위·하위단층 등 3개의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위단층과 중위단층에서는 학력·연령·경력·근속연수 등 속인적 요소에 의하여 임금, 근로조건 등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정년연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생산성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 개편하여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기업 임금총액의 50%는 연공급으로, 나머지 50%는 직무·성과급으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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