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동물을 먹는다는 것

  • 이재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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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7  |  수정 2023-06-07 06:56  |  발행일 2023-06-07 제27면

[돌직구 핵직구] 동물을 먹는다는 것
이재동 변호사

몰던 승용차를 없애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가 2년이 훌쩍 넘었다. 환갑을 넘기면서 세상에 무슨 큰 공헌을 하겠다는 욕심보다는 해악을 덜 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많이 걷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일 뿐 아니라 출퇴근만으로도 5천보를 훨씬 넘으니 건강에도 좋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당장 우리 세대에 큰일이야 나지 않겠지만 자식 세대와 그다음 세대의 생존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다급함이 있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또 하나의 결심은 축산 육류를 덜 먹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Eating Animals)'라는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기를 최대한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고안된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이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환경파괴를 불러오고,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적고 있다.

우리가 먹는 축산물의 99% 이상을 공급한다는 이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잔혹한지에 대하여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식용 닭을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80세가 평균수명인 인간을 10세에 103㎏으로 만들어(유전자 조작으로 뼈는 약하고 살은 많게) 도축하는 셈이다. 치킨을 즐기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육질이 부드럽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마치 가족처럼 사랑하고 길고양이들을 학대한다고 분노하는 것은 그냥 위선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는 작은 불의에는 분노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량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사육과 도축에 관하여는 눈과 귀를 닫고 그 결과물을 즐기는 꼴이다. 이런 일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생명윤리 철학자 피터 싱어가 말한 '종(種) 차별주의'에서 나오는데, 동물에 서열을 매기고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인간의 이익이 다른 동물의 이익보다 우선하며 다른 동물들은 인간의 만족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다는 그릇된 생각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은 대량 축산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질소가 차지하고 있다. 반추동물의 트림이나 방귀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가축의 분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기후위기에 해롭다고 한다. 그럼에도 육류의 소비는 늘고 있고 지난해에는 가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지금 교차 교배 등을 통하여 가스를 덜 배출하는 소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지만 이것도 또 하나의 동물 학대에 불과할 것이다.

차를 몰지 않고 육류의 섭취를 줄이는 행동이 처음에는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적응이 되고 습관이 되니 오히려 좋은 점이 많아졌다. 걸어 다니면 늘 다니면서도 보지 못하던 곳을 보게 되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 뜻밖에 부딪히게 된다. 고기도 오래 먹지 않으니 몸이 요구하지 않게 된다. 고통받다 죽은 동물의 시체를 적게 섭취하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느낌이다. 이제는 정육점에 걸린 붉은 살코기를 보면 불쾌한 마음이 들고 SNS에서도 붉은 살점을 뜯어먹는 것을 자랑처럼 자주 게시하는 사람들을 꺼리게 되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축산 육류에 관하여는 별말이 없다. 인류가 발전한 것은 아직 세상에 없는 후세들을 위하여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줄일 줄 알았기 때문이리라.
이재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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