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꿈 앗아간 '전세사기'] <중> 부동산담보신탁 피해 사례…세입자 "계약때 신탁등기 고지 못받아"…위탁자가 무단으로 아파트 임대 의혹

  • 박주희
  • |
  • 입력 2023-06-07 19:20  |  수정 2023-06-08 07:28  |  발행일 2023-06-08 제3면
채권 우선순위 금융기관에도

임대차 계약 '미통지' 드러나
위탁 법인 아파트 시행사 피소

2023060801020003269.jpg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민원인들이 서울시청 내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찾아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및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 달서구 진천동 나홀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의심 피해 사건(영남일보 6월1일자 1·3면 보도)의 핵심은 바로 '부동산담보신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담보신탁은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을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한 후 수익증권을 발급하여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우선수익자·채권자)에서 자금을 빌리는 제도다.

 

당초 이 아파트 전세피해자 13세대(전세 11세대, 반전세 2세대)는 모두 부동산담보신탁된 물건이었다. 이 중 11세대는 신탁 등기가 말소됐고 이 아파트의 시행사인 법인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전세피해를 본 한 세입자의 계약서 특약사항에 '현재 신탁등기가 되어 있으며 임대인은 잔금일에 동시 이행해 말소하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는 것으로 미뤄 볼 때 신탁 등기 말소는 전세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률 및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경우 신탁과 관련해선 사실상 계약상 위법의 소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반전세 계약을 맺은 나머지 2세대다. 이들은 부동산신탁 상태에서 이 아파트의 시행사인 법인(위탁자·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법인의 신탁계약 위반 소지가 농후하고 사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2세대는 반전세 계약으로 각각 수천 만원의 보증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신탁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위탁자(임대인)는 신탁사의 사전 승낙을 받아야 한다. 영남일보가 신탁원부를 면밀히 확인한 결과, 부동산신탁계약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또한 '임대 시 임대보증금 전액을 호별 대출금 상환에 충당하기로 한다'는 조항도 담겨 있었다. 법인 대표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대차 계약에 대해 신탁사에 알렸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들 2세대 세입자들은 "신탁 등기돼 있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9일 법인 대표를 사기혐의로 대구 달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 2세대 중 한 세대의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에 확인한 결과, 금융기관에서도 임대차 계약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금융기관은 "위탁자(임대인)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았다면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에 대출을 우선 상환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대출 상환이 되지 않았다"면서 "신탁사 입장에선 위탁자(임대인)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우선수익자(금융기관)도 신탁사가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대구 한 법무법인 대표는 "신탁된 부동산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통상적으로 우선수익자(금융기관)의 동의가 수반되지 않는 단독 의사결정은 하지 않는다. 우선수익자(금융기관)가 임대차 계약에 대한 통지를 못 받았다는 것은 위탁자(임대인)가 신탁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신탁상태의 물건에 대해 위탁자(임대인)는 임대 권한이 없는데, 무단으로 세를 놓은 셈이다. 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 등기 말소의 경우도 임대인의 말만 믿지 말고 보증금을 신탁사에 지급하는 조건을 달아 계약하는 게 유리하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받아 신탁사에 바로 지급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부동산담보신탁은 전세 사기 위험이 높다. 신탁상태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신탁 사실을 숨기고 전세계약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계약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담보신탁 물건의 경우 소유자가 아예 신탁사로 바뀌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선수익자(금융기관)의 채권이 선순위라 임차인은 추후 시가가 떨어질 경우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크므로 임차인들도 계약 시 엄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