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인간 중심적 사고의 위기와 판도라의 상자

  •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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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3  |  수정 2023-06-13 07:08  |  발행일 2023-06-13 제22면

[3040칼럼] 인간 중심적 사고의 위기와 판도라의 상자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받아 지상의 생명체들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전달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끝없이 되풀이되는 벌을 받게 된다. 불의 사용은 결국 에너지를 도구화하는 행위로서 인간의 삶을 다른 동물들의 것들과 극명하게 다르게 만드는 시작을 알렸고, 이는 의식주의 여러 가지 것들을 변모하는 촉발제가 되었다. 동시에 인간은 생각하는 행위를 통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 왔고, 더불어 이는 그들과 다르다는 인식을 견지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축적된 인간의 지식과 기술력은 19세기에 폭발적인 기술적 혁명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이 편리한 삶의 방식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러한 기술적 혁명에 대중은 흥분하였고, 이는 점차 더 편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유도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이 경제적 틀에 더 얽매이게 만들었다.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발생하는데, 인간 중심의 사고와 경제적 논리는 공동의 선과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에 들어 석유 에너지 자원과 이를 이용한 신소재는 인간의 삶을 급속도로 변모시켰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이 인지하는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생겼지만, 프로메테우스적 사고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도구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 기관 대신 전기 구동 방식이 만능일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2차전지 기술 발전과 사용 확대를 요구하는데, 궁극적으로 기존보다 많은 광물 채굴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겠다는 산업적 접근은 구체화되고 있음에도, 광물의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다 큰 환경 문제는 경제적 논리에 가려지고 있다. 소위 '전기차의 역설'은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여전히 구동 과정에서 타이어의 지면 마찰에 따른 마모와 비산 현상으로 수많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며, 지속적인 도로 정비에 따른 환경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은 전기차가 내연 기관으로 인해 유발된 온실가스 사용을 억제하여 지구 환경 위기를 해결해 줄 것처럼 열광하며, 관련 산업은 기술적 완성도와 산업적 성숙도와는 별개로 과대한 평가를 받으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상에서 언급한 것 이상의 대응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통합 생태론적 관점에서 지구의 환경 문제는 미래에도 크게 변할 것이 없다.

환경을 위해 당장 석기 시대의 삶처럼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통합 생태론적 관점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화려한 요소에만 열광하는 삶을 경계해야 한다. 불과 한두 명만 탑승한 차들이 지금의 도로를 뒤덮으며 교통 정체와 오염 유발에 따른 비용 증가를 촉발하고 있지만, 편리함에 익숙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많은 매체는 환경 문제에 대한 염려로 대중 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동시에, 개인이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공간으로서 자동차의 매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에피메테우스의 아내 판도라는 호기심에 못 이겨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었다가 놀라서 급히 닫았는데, 거기에는 '희망'만 남았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인간 중심의 사고관이 가져올 위기를 경고한 것이 아니었을까.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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