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도시를 걷는다는 것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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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4  |  수정 2023-06-14 07:01  |  발행일 2023-06-14 제26면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도시를 걷는다는 것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도시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걷는다는 행위는 평균 시속 4㎞로 이루어지는 경험이다. 이 보행속도는 시속 60㎞로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느끼는 경험과는 사뭇 다른 체험이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의 속도로 걷게 되면, 도시의 경험이 달라진다고 했다. '도시산책자의 사유'로 알려진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걸으면서 생각하기'로 도시의 온갖 풍경과 소소한 물건들을 살피며 시대를 꿰뚫는 '평범한 깨달음'을 쌓아갔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도시는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걸으면서 마주치는 도시의 풍경은 새로운 이야기로 말을 걸어온다.

청년들과 함께 진행한 '대구청년도시탐사대'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청년들이 직접 대구를 탐사하고 자신이 꿈꾸는 도시의 모습을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청년들이 도시를 걷고 도시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새로운 해석'이 발생했고, 그들이 만든 콘텐츠는 모두 '대구의 재발견'이었다. '청년귀환 프로젝트'로 대구를 떠났던 출향 청년들이 1박2일에서 4박5일까지 '대구 기행(紀行)'을 했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대구의 골목문화를 체험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였다. 청년들이 도시를 걸으면서, 체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그들의 시각으로 도시를 재해석하고, 그들의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확산하면, 젊은이들은 그 도시에 끌리게 된다.

"청년들이 프랑스의 상징적 장소를 체험할 수 있도록 10일간 국내 여행을 제도화해야 한다. 프랑스인이 된다는 것은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지 안다는 뜻이니까."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비야르 교수는 저서 '기나긴 청춘'에서 여행은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중요한 활동으로 관련 수당을 지급하거나, 6개월간 장학금을 지급하자고 한다. 모든 지방 도시에 '청년도시탐사대'를 운영하고, '청년귀환 프로젝트'로 청년들이 직접 지방 도시를 여행하면서 지방에서 기회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하자. 모든 학생에게 국토를 여행할 수 있는 '국토기행 장학금'을 지급하자.

대구시민이 된다는 것은 대구가 어떤 도시인지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무원의 교육훈련 의무 이수시간은 줄이고, 도시를 걷고 보는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바꾸어 보자. 도시의 명소부터 골목, 시장, 산업단지까지 걸으면서 도시의 역사, 문화, 경제를 알게 되면, 도시의 문제를 꿰뚫고 강점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걷는 시간이 나의 삶을 바꾸고, 도시를 바꾸는 시간이다.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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