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한국경제 연착륙을 위한 제언

  •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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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6  |  수정 2023-06-16 06:58  |  발행일 2023-06-16 제22면
재정·통화정책의 조합 필요

건전재정 금리인상 자제

원전수출로 경쟁력 올리고

방산·인공지능·배터리 등

변화 주도할 기술 선점해야

[경제와 세상] 한국경제 연착륙을 위한 제언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지난 6월3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부채한도 상향법안에 서명함으로써 그동안 잡음을 일으키던 미연방정부의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었다. 만약 미연방부채한도가 상향조정되지 못했다면 채무불이행사태가 발생하고 미국의 국가신용도 하락과 함께 금리의 급등 및 국제금융시장의 마비사태가 초래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저께 미연준도 기준금리를 현행 5.25% 선에서 동결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지난해 9%에 육박하는 인플레를 잡고자 1년 사이 5% 이상의 금리를 인상하는 초강수의 긴축통화정책을 실시해 왔는데 아직 인플레가 충분히 잡히진 않았지만 실물경제에 비교적 큰 충격 없이 연착륙을 하면서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그동안 국가성장을 떠받쳤던 수출이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의 격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는 데다 무역수지도 15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동조현상을 보이던 인플레를 잡기 위해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추어 국내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GDP를 상회하는 가계부채와 국내경기에 주는 부담을 고려하여 미국의 금리만큼 올릴 수가 없었다. 그 결과 1.75%의 격차로 한미 간 금리역전현상이 발생한 상태이다. 정부가 여러모로 애를 씀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경착륙의 우려가 나올 만큼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이를 방증하듯 OECD는 올해의 세계경제 전망을 당초보다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1.8%에서 1.6%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로 가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줄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저성장기조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격감은 미중패권경쟁으로 인한 디글로벌화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기술격차가 줄어들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반도체수출도 지금이 반도체주기의 저점이기도 하지만 반도체가 미·중 양국의 전략산업으로 중요성이 더해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경제권에 편승하는 입장이라 당분간 공급망의 조정과정에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국내에서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리를 더 올리고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구조개혁이 꼭 필요한 시점이긴 하지만 우선은 우리 경제의 연착륙에 주력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먹거리산업 창출에 전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이 필요한데 재정준칙을 지켜 재정을 팽창시키거나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건전재정을 해야 하고 금리인상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긴 안목을 가지고 잘하는 반도체는 더 잘할 수 있게 지원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포기한 원전산업은 수출 산업화하여 세계경쟁력을 올리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각광받고 있는 방산산업을 비롯, 인공지능, 배터리, 생명공학, 로봇산업 등 다가오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기술들의 선점을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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