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생성형 AI로 인한 법률 시장의 변화

  •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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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6  |  수정 2023-06-16 06:59  |  발행일 2023-06-16 제23면

[광장에서] 생성형 AI로 인한 법률 시장의 변화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작년 11월 대화형,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이후 여러 산업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특히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법률산업이다. 이와 관련 생성형 AI가 법률업무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는 준비성, 현명함, 선례에 대한 존중으로 보상받는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전제한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실사(due diligence), 연구 및 데이터 분석 등 문서를 면밀히 조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는데, 이는 이미 AI가 변호사보다 더 잘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고, 생성형 AI는 키워드 검색을 없애고 직접 답변을 하는 등 더욱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변호사들이 법률 검색사이트인 Westlaw, LexisNexis를 찾는 대신 한 번의 클릭으로 법적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3가지 방법으로 법률업무의 변화를 예상하였다. 첫째, 생성형 AI가 대형 로펌의 인력 우위를 떨어트린다고 보았다. 대형 로펌은 복잡한 사건에 대해 많은 변호사를 투입해서 사건에 대응하는데, 이제 소형 로펌도 수백만 페이지의 문서를 AI에 업로드하고 검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형 로펌보다 소형 전문 로펌이 소송 실무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AI가 로펌의 수익체계를 바꿀 수 있다고 봤다. 현재는 변호사들이 상담과 법률자문 등에 투입한 시간에 따라 보수를 청구하지만, 이제는 법률업무를 몇 초 만에 처리하는 AI로 인해 정액제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아니면 AI 사용의 대가로 기술료를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끝으로 변호사 수요도 달라진다고 보았다. AI가 20초 안에 12명의 고용변호사가 각각 50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 왜 대형 로펌은 수십 명의 고용변호사를 둘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현재 대형 로펌에서 고용변호사와 파트너의 비율이 7대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비율이 동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법률서비스 비용을 낮추거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 로펌들의 소송 실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AI가 개인 변호사의 실무를 지원하면서 오히려 변호사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종국적으로 고객이 AI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함으로써 더 편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도 생성형 AI는 개인의 사법접근성 문제, 법률 대리인의 업무 처리, 판사의 판결 등을 보조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고 개인은 생성형 AI를 통해 필요한 법률 문서를 준비하고, 변호사는 법률 연구와 문서 작업, 판사는 판결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생성형 AI는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사실, 사례, 원칙 등을 만들어낼 수 있어 판결과 같은 법적 의사결정에 있어 생성형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법조인의 직업윤리는 물론 법치주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산업은 법조문, 판례, 법이론 등이 공개되어 있는데, 법적 결론이 대부분이 선행 판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법률과 AI가 접목되는 리걸테크가 변호사의 업무의 질 향상은 물론 소비자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향후 법률 시장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한국도 늦지 않게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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