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한 수능'이 '공정한 평가'로 확대되길

  • 김종오 서울대 총동창회 종신이사·광덕자기주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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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1  |  수정 2023-06-21 08:34  |  발행일 2023-06-21 제23면

[기고] 공정한 수능이 공정한 평가로 확대되길
김종오 (서울대 총동창회 종신이사·광덕자기주도연구소장)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공정한 수능' 방침을 환영한다. 수능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도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않은 내용은 시험에 출제하지 않도록 방침을 세워야 공교육도 활성화하고 사교육비도 절감할 수 있다. '공정한 수능'이 '공정한 평가'로 확대,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정한 수능'을 '공정한 평가'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감시·감독뿐만 아니라 교원·학부모·학생의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는데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수능에 나오면 되겠는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내용이 학교시험에 나오면 되겠는가'와 같은 사회적 인식 개선이 공교육 활성화뿐 아니라 사교육 경감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리라 기대한다.

둘째, '교육당국과 사교육이 한통속'이라는 국민의 불신을 종식시키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뿐만 아니라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원도 함께 운영하는 주체들을 중심으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않은 문제를 출제하는 교원들은 사교육과 연결돼 있거나 자신이 불법 사교육을 자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공정한 수능' 시행 시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용 중심 서술형 평가가 필요하다. 과목별 200자 내외로 내용을 서술하는 서술형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에만 머무르지 않고 단편 지식 암기 위주의 학습풍토를 쇄신하고 체계적인 학습을 유도할 수 있어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넷째, 서술형 문제를 출제할 경우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법과 소요시간·경비 등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을 하나 제안한다. 작성 답안을 3명 이상의 전·현직 교원이 교차 평가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평가책임자가 이를 검수하는 방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작성 답안과 평가자가 명시된 평가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이의 신청이 있을 때 당사자에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다섯째, 일선 초·중·고등학교는 매 수업 종료 5~10분 전에 서술형 쪽지시험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적어 보도록 유도하자. 내용 서술형 쪽지시험에 대한 평가 반영 정도는 각 학교의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또 교원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평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수업시수가 적은 농어촌지역 교원들의 협력을 구하자. 이는 도농 협력 교육의 장을 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번 '공정한 수능'을 계기로 '공정한 평가'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져 공교육이 활성화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종오 (서울대 총동창회 종신이사·광덕자기주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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