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특파원, 국제언론 최초 인터뷰] 버마 소수민족 해방투쟁 까렌민족연합 새 의장 만나다

  • 정문태 방콕특파원·국제분쟁 전문기자
  • |
  • 입력 2023-06-21 08:39  |  수정 2023-06-21 08:41  |  발행일 2023-06-21 제24면
"총칼로 버마 위기 못 풀어…군부와 대화 조건은 시민 학살 중단"

지난 5월 버마 중앙정부에 맞서 소수민족 까렌 해방투쟁을 이끌어온 까렌민족연합의 새 의장에 끄웨뚜윈(Kwe Htoo Win)이 선출됐다. 해방투쟁 2세대인 80~90대가 주축이었던 까렌민족연합에서 3세대 선두주자로 꼽혀온 예순 아홉 끄웨뚜윈의 등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정문태 영남일보 방콕특파원이 국제 언론 최초로 그를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통해 버마의 민주화와 소수민족 문제를 들여다 본다.

1
지난 5월2일 제17차 까렌민족연합 대의원대회를 통해 새 의장으로 뽑힌 끄웨뚜윈은 소수민족해방전선의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문태 방콕특파원〉

"형, 축하해! 첫 인터뷰 내게 주기로 한 약속 잊지 말고." "그야 어련히…, 야튼 고맙네. 곧 보세."

5월2일 제17차 까렌민족연합 대의원대회에서 제10대 의장으로 뽑힌 끄웨뚜윈과 문자를 주고받고 일정을 맞춘 끝에 5월27일 까렌민족연합(KNU)과 그 무장조직 까렌민족해방군(KNLA)의 본부인 레이와(Lay Wah)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 잘 지냈는가?" 푸석한 얼굴로 반가이 손을 잡는 끄웨뚜윈은 지쳐 보인다. "축하해. 고난의 길!" "축하는 무슨. 정신없어. 회의에 회의에 회의에." "팔자지 뭐. 오래 전부터 내가 말했잖아. 차기 의장은 형이라고." 끄웨뚜윈은 너털웃음으로 받아 넘긴다.

제4여단 지도자를 거쳐 까렌민족연합 사무총장과 부의장을 지낸 끄웨뚜윈은 차기 말이 나올 때마다 "관심 없다. 물러나서 까렌 언어 정리하고 다듬는 게 꿈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끝내 그 뜻을 못 이루고 조직의 명령을 따른 셈이다.

1948년 버마 독립 뒤부터 자치·독립을 외치며 싸워온 소수민족 진영에도 서서히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 샨주복구회의(RCSS)·샨주남부군(SSA-S)을 이끌어온 욧석(Gen. Yawd Serk) 장군에다 지난해 까레니민족진보당(KNPP)·까레니군(KA) 의장으로 뽑힌 우레(Oo Reh)를 비롯해 각 소수민족해방군 지도부가 예순 줄 '신세대' 손으로 넘어갔듯이. 오히려 올해 아흔인 무뚜세이뿌(Mutu Say Poe) 전 의장처럼 해방투쟁 2세대인 80~90대가 주름잡아온 까렌민족연합에서 3세대 선두주자로 꼽혀온 예순 아홉 끄웨뚜윈의 등장은 한참 늦은 감이 들고.


80~90대 주름잡아온 까렌민족연합
69세 끄웨뚜윈 해방투쟁 전면 등장
소수민족 진영 세대교체 바람 가세
지도부 '부정부패 연루설' 선결과제

"군부 25% 의석 못박은 헌법 바꿔야
민중혁명 진압 승리할 가능성 없어
2년전 쿠데타로 휴전협정 이미 무효"



"까렌도 이제 신세대 손으로 넘어왔으니 확 달라지겠지?" "전임 지도부에 견줘 젊음을 수혈했으니 좀 더 실용적으로 강한 조직이 되지 않을까 싶네.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가 조직에도 까렌사회 개발에도 큰 힘이 될 것 같고."

"랭군대학 경제학과(RIE) 출신 경제 전문가가 등장했으니 까렌 살림살이도 좀 나아지려나?" "전문가는 무슨. 기껏 1학년 마치고 쫓겨나 까렌민족연합에 뛰어들었는데. 유엔사무총장 우탄트 장례투쟁 때였으니 1974년이야. 학생들이 요구한 국장을 군부가 무력 진압했던."

그렇게 까렌 민족해방투쟁에 청춘을 바친 끄웨뚜윈의 전선 나이도 어느덧 마흔 아홉이다. 민족해방전선에서 전설로 치는 예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의원대회 얘기부터 들어보자. 두 해나 늦어졌는데?" "우리 헌법에 따르면 4년마다 지역 대표가 참여하는 대의원대회 열어야 하는데 코로나에다 버마 쿠데타(2021년)까지 겹쳐 미룰 수밖에 없었어. 버마 정부군 공습 탓에 대표들이 모이기조차 힘들었지. 대회에선 지난 4년 평가하고 정책 다듬고 의장 포함해 중앙집행위원(11명)과 중앙위원(45명) 뽑고 정신없었어." "7개 여단 가운데 제5여단과 제2여단이 대의원대회 거부하고 지도부 선출 불참해 출범부터 까렌 통합이 위기 맞은 꼴인데?" "제5여단은 참석했고 선거만 빠졌지. 그럼에도 두 여단 모두 이번 대의원대회 추인했어. 이런 일이 처음은 아냐. 새 지도부가 풀어가야 할 일이지만."

"두 여단이 전임 지도부와 경쟁의식 탓에 티격난 건 해묵은 일이지만 이번에 들이댄 지도부의 부정부패 연루설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사안일 텐데?" "'뉴 시티 프로젝트 케이케이 파크'(KK Park: 인신매매, 매춘, 온라인 사기 혐의를 받아온 중국 업체가 주도한 까렌 지역 개발 사업)와 몇몇 지도자 관련설이 나돌아 우리도 이미 특별조사위원회 만들어 파고 있어. 중국 업체 수사할 권리가 없으니 한계 있겠지만."

"그 두 여단 쪽에선 범죄자가 범인을 조사하는 꼴이라며 모든 전임 중앙위원 사퇴를 외쳐왔다. 이 일이 또 이탈과 분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민주까렌불교군(DKBA) 비롯해 까렌민족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조직만 이미 다섯이니." "그럴 일은 없다. 비록 정치적 이념과 입장이 서로 다르더라도 지금은 모두가 통합 중요성 외치는 실정이고. 우리 모두는 까렌이고 연방민주제 향한 목표도 같다."

"버마 정국 살펴보자. 2021년 2월 쿠데타 뒤 까렌 해방구를 발판 삼은 망명 지하 민족통합정부(NUG)와 관계는 어떤가?" "2021년 민주진영이 만든 버마연방민주헌법에 동의했고 공동목표인 연방민주를 향해 함께 일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민족통합자문회의(NUCC. 망명 버마 정치인이 결성한 연방의회대표위원회와 까렌민족연합을 비롯한 소수민족무장조직의 동맹체)를 바탕삼고 군사적으로는 민족통합정부가 결성한 시민 무장조직 민중방위군(PDF)을 우리가 지원해왔고."

"소수민족무장조직들과 민족통합정부가 초기엔 삐걱댔는데 이젠 이견 없는 걸로 보면 되나?" "정치에 이견이 왜 없겠나." "장애는 뭔가?" "연방의회대표위원회와 민족통합정부 모두 아웅산수찌가 이끈 민족민주동맹(NLD)이라는 버마인 정당으로 민주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자치와 해방을 외쳐온 소수민족과 경험에서나 이념에서나 다를 수밖에 없다." 끄웨뚜윈이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버마인과 소수민족 사이에 흘러내린 전통적인 불신감을 떨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기가 바로 버마 사회의 두 기본 모순인 민주화 문제와 소수민족 문제가 부딪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군사적 장애는?" "우리가 민중방위군의 군사훈련을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민족통합정부가 민중방위군을 단일 명령체계로 엮어내지 못해 통합작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니 민중방위군이 지역마다 독자적으로 싸우는 형편이고." "버마 현대사에서 버마인이 총 든 건 처음인데 무장투쟁으로 군사독재 몰아낼 수 있겠나?" "우리 76년 무장투쟁 경험에 비춰 보면 꿈이야. 잘 훈련된 40만 병력과 중화기를 지닌 버마 정부군이 호락호락하겠나. 그렇다고 군부가 무력으로 이 민중혁명을 진압하고 승리할 가능성도 없고."

"그럼 버마 정국 해결책은 뭔가?" "군사적으로 버마 위기 못 푼다. 결국 정치적 해법, 대화밖에 없다." "군부와 대화 조건은 뭔가?" "군부가 시민 학살 멈추기 전엔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 "멈춘다면 그다음 조건은?" "마땅히 쿠데타 권력 내려놓고 2008년 헌법 바꿔야 한다. 25% 의석을 군부 몫으로 못 박아 개정(75% 이상 동의로 발의 가능)조차 할 수 없는 헌법을 두고는 버마 연방 앞날도 없다." "군부는 여전히 까렌민족연합 비롯한 10개 소수민족무장조직(EAOs)과 맺은 2015년 전국휴전협정(NCA)이 유효하다며 대화의 밑절미로 삼는데?" "천만에. 상대 공격하며 휴전협정이라니. 우리는 이미 2021년 쿠데타 뒤 그 휴전협정 무효 선언했다."

군부와 민족통합정부 그리고 소수민족해방군 줏대로 버마 정국 열쇠 셋 가운데 하나를 쥔 까렌민족연합 의장과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속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버마는 아직도 어두운 길을 가고 있다.

〈방콕특파원·국제분쟁 전문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