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논점 일탈 오류'를 아시나요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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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7  |  수정 2023-06-27 07:28  |  발행일 2023-06-27 제9면

[취재수첩] 논점 일탈 오류를 아시나요

과거 한 초등학생이 대통령에게 "대통령 되실 때 무슨 꿈 꾸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잠을 깊이 자기 때문에 꿈을 안 꾼다"고 답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여성 장관은 청문회장에서 "특혜로 유방암 수술 받았냐"는 남성 의원의 의혹 제기에 "의원님에게 전립선암 수술했냐 물으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반문해 입을 닫게 했다.

이처럼 질문의 핵심과 잘 맞지 않는 대답을 하는 것을 논리학에서는 '논점 일탈 오류'라고 한다. 논점 일탈 오류는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같은 오류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일어나 눈길을 끈다. 예천군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부실화 운영 논란과 관련된 일이다. 협의체는 당연직 위원장인 단체장과 민간위원장 두 명이 맡고 있다. 두 명의 위원장을 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두 명의 위원장이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문제를 필자가 제기하자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회의는 잘 진행됐다"고 답해 말문이 막혔다.

앞서 필자는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당시 민간위원장이 용역을 맡아 계획을 수립·총괄하는 책임연구원으로 있어 '셀프심사' 가능성이 있고 이해충돌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군은 "용역을 맡은 교수가 회피 신청을 했다"고 답해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미 해당 교수가 연구를 마무리한 시점이었고, 교수가 연구한 계획은 앞으로 4년 동안 진행된다. 본인이 본인의 연구용역을 심사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복지와 관련된 이슈가 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복지분야를 비롯한 보건, 교육, 문화, 여가, 환경, 고용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약자 혹은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핵심이다.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게 협의체 위원들의 임무이고,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공무원의 업무다. 행정당국의 이 같은 논점 일탈 오류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약자와 을이다. 도덕적 결함을 가진 채 추진한 일이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예천군이 한쪽의 논리만 보고 업무를 추진해 간다면 약자와 을의 눈물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이해충돌'에 대해 인지 못 하던 예천군이 '앞으로는 살펴보겠다'고 한 점이다.

장석원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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