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다변화시대 북성로] 최신유행에 살짝 비껴나간 근대식 레트로

  • 최시웅,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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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9 19:03  |  수정 2023-07-10 07:30  |  발행일 2023-07-10 제3면
세월도 유행도 비껴간 상권 아닌 상권
같은 듯 다른 레트로 디자인 상가

지난 3일 대구 중구 서문로1가 '넌테이블'. 평일 낮이지만 이 곳은 젊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카페 내부에는 빈 자리가 없었고 앞 도로에선 인증사진을 남기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가게에서 대각선 방향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요즘 대구근대역사관은 MZ세대에게 '사진맛집'으로 통한다.


실제 사진 공유 SNS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넌테이블'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1만1천개 중 대부분은 대구근대역사관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힙(hip)'한 건물들 사이에 근대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레트로(복고풍)' 감성과 연계된 덕분이다. 넌테이블 사장 유경호(36)씨는 "대구근대역사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길 바란 의도가 잘 먹혔다. 처음 가게를 열 때는 MZ세대가 올 만한 가게가 없었는데, 지금은 근대건축물 주변에 식당과 카페가 많이 생겼다. '근대화'가 문화 콘텐츠로 되면서 관광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성로 상권을 이해하기 위해선 향촌동·대안동·수창동 등 이 일대 상가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넌테이블에서 북성로 공구골목까지 새롭게 생겨난 카페들은 최근 상업공간을 압도하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흐름이나 레트로 열풍과 맞닿아 있다. 알루미늄과 철 등 금속재료를 사용한 깔끔한 디자인, 공연 무대처럼 연출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디자인들이 대거 가미된 흔적이 엿보인다.


반면 수제화골목과 북성로 공구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매끈한 레트로 디자인과는 동떨어진 상가가 즐비하다. 적산가옥 특징을 그대로 담아 공간을 설계한 탓이다. 의자와 테이블을 비롯해 벽면도 가구처럼 근대건축물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인테리어 소품은 과거의 틀을 하나씩 짜맞췄다. 일제강점기 도시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고전적인 디자인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근대와 현재의 유행은 동거하지 못한다. 넌테이블을 비롯한 레트로 디자인으로 무장한 상가는 '소비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수제화골목과 북성공구골목의 상가는 MZ세대들이 눈도장을 찍고 가는 수준에 그친다. 최신 유행에서 살짝 비껴 선 탓에 소비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I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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