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다변화시대] 재개발에 밀려 독특한 정취 사라지는 북성로

  • 손선우,최시웅,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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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9 19:03  |  수정 2023-07-09 19:08  |  발행일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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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 중구 북성로의 곳곳에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던 골목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 중구 북성로일대는 한때 국내 도시재생의 모범 선례로 주목받았다. 퇴락한 근대건축물 외관을 원형에 가깝게 개·보수하는 사업이 펼쳐지면서다.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달리 역사성에다 미래 가치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사업이다. 역사적 가치를 띠지만 금전적 가치가 낮은 건물을 신축 비용보다 웃돈을 주고 리노베이션(Renovation)해야 해서다.


근대골목을 둘러보는 여행가들이 알음알음 들르던 북성로 일대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14년쯤이다. 당시 대구 중구청은 근대건축물 보호를 위해 보존 가치가 높은 1960년대 이전 건축물의 외부경관 개·보수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공사비용 범위 80%에서 4천만원까지 지원해 북성로 일대의 근대건축물 35채를 재정비했다.


현재 건축에선 적용하지 않는 아치형 창문,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 외관, 1920~1960년대 주거구조 변천사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개량형 한옥이 현대적 감성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근대와 현대의 풍경이 어우려져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 덕분에 '전국구 관광지'로 유명세를 치렀다.
이같은 변화는 청년 상인을 하나 둘씩 북성로 일대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옛 정취를 남긴 건물을 그대로 살려, 카페와 식당 등을 운영했다. 북성로는 좁은 대지 면적과 적산가옥 등으로 신축 대형 매장이 아닌 소규모 매장에 적합했다. 기존 건물을 살린 인테리어는 '빈티지 감성'과 맞아떨어졌다. 당시 국내 가입자 수를 늘려가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감성과도 부합했다.


북성로의 인기몰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근대 건축물 4채의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던 골목 분위기도 시나브로 없어지게 됐다. 뒤늦게 밀어닥친 '도심 재개발 광풍'에 북성로 일대의 땅값만 치솟았다. 덩달아 임대료도 들썩이자 젊고 창의적인 상인들은 하나 둘씩 다른 곳으로 떠났다. 소비자들의 n차 방문을 이끌 콘텐츠 역시 사라졌다.


결국, 북성로는 주상복합견물 개발에 밀려 기형적 형태의 상권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견해다. 대신 교동·대봉1동·삼덕동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북성로에서 만난 한 상인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소비 지향적인 마케팅으론 소비자의 n차 방문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서 "문화, 감성적으로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될 때 소비자는 다시 그 골목을 찾게 된다"고 했다. 

 

손선우·최시웅·이남영기자 I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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