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다변화시대 북성로] 근대건축물 허물고 아파트…살아나던 상권의 맥이 끊겼다

  • 최시웅,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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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0  |  수정 2023-07-10 07:29  |  발행일 2023-07-10 제3면
관광콘텐츠 하나둘 사라지고
지속적 소비 형성되기도 전에
이름만 뜨며 땅값·임대료 급등
"재개발 이후 젊은 고객들 떠나
누가 큰돈 들여서 가게 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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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옛 정취가 살아 있는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북성로 상권의 위축은 인근의 수제화 골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현덕기자 / 그래픽=장수현기자

대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북성로'는 근대와 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과 현대적 감각을 입힌 건물이 뒤섞여 있어서다. 표현상으론 그럴 듯하지만 근대건축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탓에 이도 몇 년 뒤에는 옛말이 될지 모른다. 2019년 시작된 일부지역 재건축 여파다. 일제강점기 근대 목조 건축물의 원형을 살린 카페나 식당 등이 대거 철거되고 있는 것. 버려진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한 상인들은 터전의 변화를 실감한 지 이미 오래다.

 

◆재개발, 과거·현재 공존을 허물다


북성로 시작점은 대구읍성이다. 대구읍성은 조선시대 경상감영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이었지만 1906년 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2012년부터 중구청에서 옛 대구읍성의 일부를 관광자원으로 복원하면서 2017년엔 중구 북성로1가 대우빌딩 인근에 옛 대구읍성 성벽 형태의 미디어 조형물이 세워졌다. 이 조형물을 따라가면 공구골목이 나온다. 1.5㎞ 남짓한 도로에 북성로 공구골목이 형성돼 있다.


이 골목은 일제강점기 대구읍성 북쪽 성곽을 허물고 길을 내면서 생겼다. 아이러니하게 대구 첫 근대상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는 구상·이중섭 등 문인과 예술가들의 주 활동무대가 됐다. 이후 공구와 군수물자 등이 몰리면서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산업용 기계거리'로 명성을 쌓았다.


통상 북성로는 이 도로를 중심으로 밀집한 상업지역을 의미한다. 1990년대 들어 점포가 외곽으로 속속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중구청이 근대건축물 보호를 위해 2014년부터 총 14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보존 가치가 높은 1960년대 이전 건축물의 외부 경관 개·보수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자 청년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을 거쳐 산업화시기를 버텨낸 오랜 건물이 특색 있는 상점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2019년부터 8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재정비를 거친 근대건축물 4채가 자취를 감췄다. 이 중 '백조다방'은 시인 구상이 글을 쓰고 화가 이중섭이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진 곳이다. 한국 근대사에서 중요한 건축물로 꼽혔지만 재개발에 사라졌다.


◆재개발, 상권 형성도 망가뜨리다


재개발 열풍은 북성로를 비롯한 주변 상권을 기형적 형태로 만들었다. 지속적 소비와 수요를 이끌어낼 상권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름만 유명해져 땅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북성로 일대 건물 10곳의 공시지가(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를 살펴본 결과, 10곳 모두 2019~2023년 공시지가가 재건축 전인 2014~2018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 재건축 공사 부지에서 멀수록 증가율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북성로에 젊은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들어 줄을 서거나 불야성(不夜城)을 이룰 정도로 밤늦게까지 손님들이 찾는 상가는 거의 없다. 땅거미가 지면 거리를 채우던 공구상마저 사라졌다.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지면서 골목은 한산해진다. 대구읍성의 북쪽 성을 허물고 낸 북성로와 이어진 수제화골목에서 6년간 식당을 운영해 온 김모(41)씨는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여기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크게 위축된 경향이 크다"면서 "2년 전에 새로운 상점이 생긴 뒤로는 조용하다. 상권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곳에 누가 큰돈을 들여 사업을 하겠느냐"고 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6년 전 디저트 가게를 연 최모(38)씨는 "지자체에서 적산가옥 정비사업을 한 뒤로 북성로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낀 젊은 고객, 상인, 예술가가 많이 들어오는 추세였다. 하지만 재개발이 일어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근대와 현대가 뒤섞인 풍경이 북성로의 매력 포인트인데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소비자의 n차 방문을 이끌 '콘텐츠'가 사라져 버렸다. 토지 거래만 활발하고, 임대료만 높아졌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Iny0104@yeongnam.com

◆북성로 일대 ㎡(평)당 공시지가 현황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제공>
주소/2014년/2018년(2014년 대비 증감율)/2023년(2018년 대비 증감율)/2014~2023년 증감율
북성로1가 76-1/179만6천원/203만2천원(13.1%)/256만7천원(26.3%)/43%↑
북성로1가 75-3/166만4천원/188만2천원(13.1%)/237만7천원(26.3%)/42.8%↑
북성로1가 63/174만6천원/180만4천원(3.3%)/222만원(23%)/27.1%↑
북성로1가 40-6/158만4천원/164만1천원(3.6%)/207만1천원(26.2%)/30.7%↑
대안동 1-1/110만1천원/129만6천원(17.7%)/214만5천원(65.5%)/94.8%↑
대안동 1-2/106만7천원/125만6천원(17.7%)/208만원(65.6%)/94.9%↑
대안동 10-5/146만원/175만원(19.8%)/229만2천원(30.9%)/56.9%↑
대안동 14-3/101만원/122만원(20.7%)/196만원(60.6%)/94%↑
대안동 65-7/84만원/101만8천원(21.1%)/153만3천원(50.5%)/82.5%↑
대안동 21-1/69만6천200원/99만5천300원(42.9%)/179만1천원(79.9%)/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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