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새로운 고고학적 질문을 안겨 준 경주 쪽샘 44호분ㅌ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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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8 09:08  |  수정 2023-07-28 09:09  |  발행일 2023-07-28 제21면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새로운 고고학적 질문을 안겨 준 경주 쪽샘 44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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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 주인공(공주)과 착장 유물.〈출처: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7월 어느 여름날 오후, '신라 공주묘 발굴'이라는 보도로 세간에 히트를 치고 있던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현장을 찾았다. 이 쪽샘 44호분은 2014년 5월에 발굴에 착수해 올해 6월30일에 발굴이 종료되었다고 하며 발굴하는 동안 여러 차례 그 성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19년에는 분묘 주변의 무덤 제사와 관련한 양상과 함께 행렬도가 그려진 선각문 장경호가 발굴돼 이 행렬도에 그려진 말 탄 사람, 활 쏘는 사람, 춤추는 사람과 여러 동물 등이 주목받게 되었다. 토기에 그림을 새기거나 반복되는 패턴으로 장식하는 기술은 신라 고분에서 여러 차례 발굴된 사례가 있어 그러한 기술이 어떻게 공유되고 각 공방 또는 공인에게 전승되는지 살펴봐야 할 연구 소재이다.


장신구 길이 등으로 나이 추정
출토 수량만으론 총길이 불분명
실제 사용한건지 장례용품인지
고고학적 상상력 발휘해 볼 때


2020년에는 무덤 주인공이 착장한 금동관과 금드리개, 금귀걸이와 가슴걸이, 금·은 팔찌와 반지, 은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 세트,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제작한 금동 장식품, 돌절구와 공이, 바둑돌과 운모 등 각종 유물이 발굴됐다. 무덤 주인공이 호화로운 장신구를 착장하였고 은장식 도자(刀子: 작은 칼)를 지녔기에 신라왕족 여성으로 보았고 바둑돌이 출토된 점을 미루어 신라 여성도 바둑을 즐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발굴된 바둑돌은 지난해 '천년수담(千年手談): 신라 바둑 대국'이라는 콘텐츠로 제작되며 발굴유물의 활용에 있어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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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 출토 비단벌레장식 죽제(竹製) 말다래 복원품 세부. 〈출처: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발굴유물에 대한 보존처리와 분석이 이루어졌고 최근 새로운 성과를 발표했다. 그중에서 주인공의 머리맡 석단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와 금동심엽형(金銅心葉形) 장식품, 그 주변에서 확인된 유기물을 분석해 '비단벌레 장식 죽제(竹製) 말다래'를 복원하였다. 이 유물은 우리 박물관에서 발굴한 경산 임당5A호 출토 금동심엽형장식 유물과 그 형태가 비슷한데 이 금동심엽형장식의 기능이 궁금하던 차에 그 원형을 복원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금동관 주변에서는 폭 5㎝의 유기물 다발과 다발을 감싸고 있는 직물흔이 발견되었는데 이 유기물 다발은 피장자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되었다. 머리카락을 감싼 직물의 형태를 통해 머리카락 여러 가닥을 한 데 묶은 머리모양 꾸밈새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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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ㅎ소분 출토 은제허리띠. 〈출처: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무엇보다 발굴조사단에서는 쪽샘 44호분 주인공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적석목곽묘라는 고분의 구조와 규모는 신라 고분 중 최상급에 위치하며 화려한 장신구를 비롯한 여러 출토유물을 종합적으로 볼 때 무덤의 주인공은 신라 왕실의 여성으로 보았다. 그녀가 착장한 장신구의 크기와 조합을 통해 무덤 주인공의 키는 130㎝ 내외(2020년 당시 주인공의 키는 150㎝ 정도로 추정), 나이는 10세 전후로 추정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쪽샘 44호분 출토 금동관의 경우 3단의 출자형(出字形)으로 전반적인 형태는 황남대총 남분이나 천마총의 금동관과 비슷하지만 대륜의 길이(52㎝)와 높이(23.2㎝)가 여타 금(동)관에 비해 작다고 평가했다. 은제허리띠의 경우 경산 조영EⅡ-1호 출토 은제허리띠와 재질도 동일하며 과판과 수하식의 디자인도 거의 닮아있어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만 과판과 수하식의 수량은 조영EⅡ-1호 출토품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동신발은 착장하지 않고 머리맡 부장 공간에서 출토되었는데 전체적으로 폭이 좁고 길이도 기존에 발굴된 것보다 작은 것(280~290㎜)으로 추정했다. 발굴조사단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이 무덤의 주인공을 10세 정도의 공주로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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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하지만 학문은 무엇이든지 의심스럽게 보고 다시 검토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 현장과 발굴조사 자료집을 통해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문을 제시하고 싶다. ①발굴된 금동관의 대륜부는 일부만 출토되어 그 길이를 추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②허리띠의 경우 출토된 수량만으로 그 허리띠의 길이가 짧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③금동신발은 그 크기가 다른 것에 비해 작다고 하더라도 직접 신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④팔찌에 대한 정확한 재원을 기록되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볼 때 그 크기가 다른 고분 출토품에 비해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사실 어린아이가 주인공인 무덤은 간혹 확인된 바 있다.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에 소개된 금령총의 출토유물도 쪽샘 44호분과 비슷한 양상이다. 즉 무덤 주인공이 착용한 금관과 허리띠, 팔찌, 반지, 발찌의 간격을 볼 때 그 키가 1m 내외로 추정되며 특히 금관과 반지의 크기가 작아 이 무덤의 주인공을 어린아이로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의문은 앞으로 고고학적 논증을 거치며 보완되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무덤 주인공(신라의 왕자 또는 공주)은 생전에 그의 몸에 맞는 장신구를 만들어 쓰던 것인가? 아니면 질병이나 사고 등 어떠한 이유로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장례를 준비하며 긴급하게 제작한 것인가? 전자라면 성인이 되기 전 장신구를 몇 벌이나 갖추었을까? 또 성인이 된 주인공의 무덤에서는 왜 그가 어릴 때 착용했던 장신구가 확인되지 않는가? 만약 후자라면 이 장신구는 실제 사용했다기보다 장례용품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등등.

고고학자들은 발굴현장에서 힘들고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며 발굴의 성과를 얻게 된다. 또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다른 자료들과 비교하며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때로는 고민만 하다가 결론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고민이 결코 헛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경주 쪽샘 44호분은 나에게 새로운 고고학적 질문과 상상을 안겨 주었기에 긴 시간 발굴 현장에서 땀 흘려 수고한 분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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