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공식 종료…국지성 호우 및 폭염 유의해야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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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6 18:53  |  수정 2023-07-26 18:54  |  발행일 2023-07-27
올해 장마 공식 종료…국지성 호우 및 폭염 유의해야
<기상청 제공>

지난달 25일 시작돼 역대급 폭우와 더불어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낳았던 올해 장마가 26일을 기점으로 종료됐다. 강수 일수 대비 강수량인 '강우 강도'는 관측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북 예천에서는 수해 복구와 함께 여전히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는 등 후유증 또한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장마 종료 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호우 대비가 필요하다.


◆역대급 물폭탄…관측 이래 최대 강도
기상청은 지난달 2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 26일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올해 장마가 26일을 끝으로 종료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장마 기간은 전국 31일로 평년과 비슷했다. 평년 장마 기간은 제주 32.4일, 중부 31.5일, 남부 31.4일이다.


올해 장마 기간 강수량은 648.7㎜로 전국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래 세째로 많았다. 역대 장마 기간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704.0㎜)이고, 그 다음이 2020년(701.4㎜)이다. 다만 장마 기간 강수 일수 대비 강수량인 강우 강도는 올해가 가장 강했다. 올해 장마 기간 중 비가 내린 강수 일수는 21.2일로 강우 강도는 30.6㎜다. 2006년엔 강수 일수가 27.0일로 강우 강도는 26.1㎜이었으며, 2020년은 28.7일 비가 내리면서 강우 강도는 24.4㎜로 나타났다.


올해 장마 공식 종료…국지성 호우 및 폭염 유의해야
올해 장마기간 일 누적 강수량. <기상청 제공>
올해 장마는 전반부(6월25일~7월12일)와 후반부(7월13~26일)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부 경우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에 의한 강한 비가 잦았다. 반면 후반부에는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에 의해 지속적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렸다. 전·후반부 누적 강수량은 각각 315.4㎜, 333.3㎜였다. 평년 장마철 강수량이 356.7㎜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 동안 두 번의 장마를 맞은 셈이다.


대구와 경북도 평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장마철 강수량을 기록했다. 올해 장마철 대구경북 누적 강수량은 541.1㎜로 평년(292.2㎜) 대비 179.6%나 많은 비가 뿌렸다. 올해 장마철 강수 일수는 19.4일로 평년(16.2일) 대비 119.4% 많았다. 강수 일수가 20% 늘어나는 동안 강수량은 80% 늘어난 셈이다.


예천 등 경북북부에 쏟아진 폭우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 25명(예천 15명·영주 4명·봉화 4명·문경 2명), 실종 2명(예천)이었다. 살던 집이 부서지거나 물에 잠긴 이재민은 329가구애 609명에 달했다. 주택이 물에 잠긴 경우가 248가구 439명, 주택 절반 정도가 파손된 반파가 52가구 113명, 주택이 모두 부서진 전파가 29가구 57명이다.


호우로 인한 공공시설 피해는 1천408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로 544건, 하천 677건, 상하수도 83건, 문화재 51건 등이다. 주택 제외 사유시설 피해는 축사 침수 및 파손 70건, 가축 폐사 11만8천64마리, 농작물 ·농경지·시설물 3천821.6㏊, 수산시설 19건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장마 공식 종료…국지성 호우 및 폭염 유의해야
올해 장마 전반부와 후반부 형성된 기단 및 정체전선 모형도. <기상청 제공>
◆ 강하고 많았던 장맛비 원인은
그렇다면 올해 장마철 유독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 이유는 뭘까. 기상청은 우선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더 확장하면서 장마 초입부터 '비의 재료'라 할 수 있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강하게 유입된 점을 꼽았다.


장마 전반부에는 우랄산맥과 베링해를 중심으로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고, 우리나라 북쪽으로는 상층 절리저기압이 장기간 정체함에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절리저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주기적으로 건조한 공기가 남하해 잦은 대기 불안정과 중규모 저기압의 발달을 유도했다. 후반부에는 인도 북서쪽과 필리핀해 부근의 활발한 대류로 인해 티벳 부근의 상층 고압부(티벳고기압)가 강화됐다. 티벳고기압의 동쪽 사면을 따라 우리나라 북서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강하게 남하하는 건조한 공기가 남서쪽에서 유입되는 고온의 수증기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활성화해 많은 비를 뿌렸다.


또한 기상청은 온난화로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 고온 현상과 엘니뇨 현상도 이번 장마철 극한 호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지구 기온이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0.5℃ 높은 6월 기온과 7월에 기록된 사상 최고기온 등의 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기록된 세계 평균기온은 7월4일 17.23℃, 7월7일 17.24℃이다. 기존 최고 기온인 2016년 8월16일(16.94℃)보다 0.3℃ 높은 기록이다.


엘니뇨 현상에 의한 동태평양 수온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서태평양 부근의 해수면 온도까지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대기 중으로 공급되는 열과 수증기도 증가했다. 평년 대비 열대동태평양은 3~4℃, 열대서태평양은 1℃ 높은 해수면 온도를 보인 상태다.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주변 고온 현상과 북서태평양 고수온 현상이 맞물리며 대기 중 수증기가 풍부한 상황에서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다량 유입되면서 호우 가능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장마 공식 종료…국지성 호우 및 폭염 유의해야
<기상청 제공>
◆향후 여름 날씨 전망은
제5호 태풍 '독수리'는 27일 대만 남쪽 해상을 지나 28일 중국 남동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독수리는 중국 남동부 해안에 상륙 후 북진하며 약화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고, 한반도 주변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겠다. 장맛비를 뿌리던 정체전선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함께 북한으로 북상함에 따라 당분간 우리나라는 폭염과 함께 국지적 대기 불안정에 의해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낙성 강수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번 장마는 평년에 비해 기간은 비슷한 반면 이례적으로 강하고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충청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가져 왔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값의 경신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패턴이 변화하면서 장마가 종료된 이후에도 태풍 및 국지성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호우 특보가 발효될 수 있는 강한 강수가 나타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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