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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프가 개발한 컨테이너형 아메리카동애등에 스마트팜 내부 모습. <올리프 제공> |
'지속 가능성'은 요즘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다. 끊이지 않는 자연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소임을 앞장서서 수행하겠다는 약속이자 하나의 마케팅이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이상기후 현상을 경험 중이고, 미래엔 더 심각한 위기가 엄습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포기한 기업은 앞으로 생존조차 힘들지 모른다. 친환경 곤충 사료를 개발하는 '올리프'는 태생부터 지속가능성을 품은 유망 스타트업이다. 올리프는 '가장 작은 곤충으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기업'을 지향한다.
4년간 곤충연구 집중 사업화
음식물 처리 '스마트팜' 개발
9평 규모 한동당 月 10t 처리
천연항생제 '항균 펩타이드' 함유
바이오산업 등 활용도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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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프가 아메리카동애등에를 활용해 개발한 각종 상품들. |
◆음식물쓰레기 해결사 '아메리카동애등에'
올리프는 곤충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곤충학자를 꿈꾸던 배지환 대표는 한국농수산대 산업곤충학과에 입학해 4년간 '아메리카동애등에'란 곤충을 연구해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아메리카동애등에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정화 곤충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법에 관한 연구가 숱하게 이어졌다.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중 85%가량이 사료화와 퇴비화된다. 퇴비화는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퇴비의 경제적 가치도 부족하다. 사료화는 빠르지만, 광우병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엔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시도됐다. 하지만 국내 음식물쓰레기 염분 농도가 높아 효율성이 떨어졌다. 아메리카동애등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동애등에는 본래 동물 사체나 분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같은 부패성 물질에 강하다. 처리속도가 사료화나 탄화보단 느리지만, 퇴비화보다는 빨랐고 처리 비용도 낮았다.
올리프는 이 동애등에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자동 사육으로 연결한 '동애등에 스마트팜'을 개발했다. 29.7㎡(9평) 규모 컨테이너에 사육 케이지(Cage)를 채웠다. 외부에서 멸균 처리한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하면 내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시스템이 각 사육 케이지로 적정량을 배분한다. 이 컨테이너 하나에서 한 달 기준 약 10t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배지환 올리프 대표는 "곤충을 사육하면서 사룟값이 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익이 된다. 동애등에가 자라면서 나오는 배설물은 분변토로도 활용된다. 이걸 모아 비료로 쓸 수 있다. 현재 주변 농가에 무료로 나눠주는데, 향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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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프가 아메리카동애등에를 활용해 개발한 물고기 양식 사료. |
◆비료화, 사료화까지 가능…"폐기물 없어요"
올리프의 동애등에 스마트팜에는 어떠한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동애등에는 단백질(45%), 불포화지방산(35%), 천연 항생제인 '항균 펩타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사료로서의 가치가 뛰어난 셈이다. 이미 동애등에 유충을 건조, 분말화해서 축산사료나 펫푸드로 활용 중이다. 항균 물질을 활용하는 바이오 산업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올리프는 통상 조류의 사료로 활용해 온 동애등에를 양어(養魚)사료로 개발했다. 국내 광어 양식장에선 광어(1㎏) 양식에 생사료(치어) 5㎏을 사용한다. 문제는 치어를 먹이로 쓰면 연근해 어자원 고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리프 관계자는 "생사료 사용으로 국내 연간 어획량은 30년 사이 37% 감소했다. 생사료는 양식장 주변 바다의 수질 악화도 일으킨다. 이에 정부가 생사료를 금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올해 광어를 시작으로 2025년 우럭, 2026년 돔류 등 전 양식 어종으로 동애등에 사료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대체로 생사료 대신 어분 배합사료를 선택한다. 물고기를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들고, 식물성 단백질을 섞는 방식이다. 생사료보다는 자원 고갈이 덜 하지만 근본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며 "동애등에는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지난달 정부가 사료용 가축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향후 활용도가 더 커져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리프가 개발한 '폐기물 없는 29.7㎡(9평)짜리 스마트팜'은 한 동에 3천만~4천만원이다. 컨테이너 형태로 구축해 이동을 간편하게 하고, 수출까지 고려했다. 한 동에서 매달 음식물쓰레기 10t을 처리하면 50만~7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분변토 약 3t이 발생하는데 이를 비료로 전환하면 150만~180만원, 1t 규모 유충을 사료로 만들면 최대 3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올리프 관계자는 "올해는 약 1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며 "곤충 활용 방안을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보급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경영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기존 제품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찾겠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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