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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칼부림 예고로 인해 경찰순찰이 강화된 가운데 경찰관들이 라이온즈파크를 순찰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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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흉기난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잇따르는 '묻지 마' 흉악 범죄에도 과잉진압 우려로 적극적 공권력 집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사법당국은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총기나 테이저건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신림역·경기 성남 분당역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흉기 난동'과 함께 모방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뤄진 조치다. 하지만, 현직 경찰관 사이에선 민사소송 가능성 때문에 물리력 행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같은 날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게시자의 "칼부림 사건? 국민은 각자도생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그는 "앞으로 묻지마 범죄 등 엽기적 범죄가 늘어날 것 같은데 이대로는 경찰도 방법이 없다. 경찰 지휘부는 매번 총기 사용 매뉴얼이니 적극적으로 총을 쏘라고 이야기만 하지, 소송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을 한두 번 보나"라며 꼬집었다. 그는 경찰이 범죄자를 상대로 총기나 다른 무기를 사용한 뒤 민사 배상을 하게 된 판례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총기 사용 외에도 경찰이 테이저건 등을 사용할 경우 과잉 진압 논란이 늘 따라다니면서 무기 사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2011년에는 범인이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쓰러지면서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흉기에 찔려 사망한 흉기난동자 A씨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2011년 7월 인천지법 민사11부는 "경찰이 무리하게 테이저건을 사용해 남편을 숨지게 했다"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2월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강력범죄 등에 총기로 대응해 피의자가 죽거나 다쳤을 경우 '정상 참작'이 가능하고, 형사 책임도 면제될 수 있다. 하지만 경찰관 개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피해가 생겼을 때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례도 있다.
대구 모 경찰은 "경찰이 총기를 사용한 뒤 감찰조사를 받거나 민사 소송에 휘말려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발목 잡히던 시절이 있었다"며 "아직도 그런 사례가 가끔 있지만, 지원이 있어 예전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총을 쏘는게 아니고 던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총기사용 이후의 소명 과정이 일선 경찰관들에게는 스트레스"라며 "송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대검찰청에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경찰 등의 물리력 행사에 정당행위·정당방위를 적극 검토해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박동균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일선 경찰관이 흉악범죄에 총기를 사용하게 되면 설사 합법적이라도 조사를 받거나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또 범인이 체포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이 끌려다니게 된다. 정당방위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판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또 경찰 지휘부는 일선 경찰관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정당방위와 적극적인 공권력 집행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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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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