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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부지에 마련된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에서 주민들이 모여 조촐한 입택식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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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부지에 마련된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 앞에서 김종태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집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호텔에서 자고 일어 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로 보금자리를 잃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의 김종태(85) 어르신 등 이재민의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 입주가 시작됐다. 수해를 입은 지 38일 만이다.
21일 오전 벌방리 마을부지에 설치된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 앞에서 마을차원의 입택식이 열렸다. 박우락 이장의 사회로 진행된 입택식은 1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벌방교회 황종관 목사의 집도로 시작됐다.
제사를 모시지 않는 교회 목사의 이번 집도는 입택식이 종교행사가 아닌 우리 민족의 고유 문화행사의 하나로,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등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어 주민을 대표해 박우락 이장과 최재덕 노인회장, 장광현 감천면장, 입주민을 대표해 고령인 김종태 어르신이 술을 올렸다. 입택식을 마친 주민들은 경로당으로 이동해 시루떡과 음료 등 음복을 하며 덕담을 나눴다.
박 이장은 "보통 입택 때 집에서 시루떡 해 놓고 식구끼리 하는데 ,이번엔 11가구가 단체로 입주하게 돼 마을차원에서 준비했다"며 "피해를 입지 않은 주민도 나와 서로 격려하고 응원의 말을 한마디씩 건네며 힘내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 가운데 최고령인 김종태 어르신은 "사고 당시 '인명재천'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 아내와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녀들과 손주들이 고향에 내려와도 함께 지낼 수 없다는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장광현 면장은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도 있어 마을 차원에서 조촐하게 입택식을 한 것 같다"며 "짧게는 6개월, 길게 2년 가까이 이곳에 계셔야 하는데 그동안 평안하도록 입주에 따른 불편사항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시주거용 조립주택은 27㎡ 규모로 냉·난방시설, 주방시설, 화장실 등을 갖췄다. 또 기본 생활용품과 구호물품이 지원됐다.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은 모두 31가구 46명으로, 그동안 임시거처인 경북도립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예천군은 감천면을 시작으로 효자면에 임시주택 9동을 설치 중이며 앞으로 용문·은풍·감천면에 추가로 9동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이재민의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LH공공임대주택 지원도 논의할 계획이다.
글·사진=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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