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입에 들어갈 거니까"…분유·젖병도 고급화 바람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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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6  |  수정 2023-09-06 07:20  |  발행일 2023-09-06 제5면
인체공학 디자인 제품 인기

해외브랜드 직구 규모 증가

아이 입에 들어갈 거니까…분유·젖병도 고급화 바람
네덜란드 '디프락스'의 대표 제품인 '에스바틀'. <디프락스코리아 공식 온라인몰 캡처>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특히 더 신경을 쓰게 되네요."

김지민(32·대구 수성구)씨는 8개월 된 자녀를 위해 이른바 '강남 분유'로 불리는 독일산 분유 '압타밀'을 선택했다. 모유와 성분이 비슷하고, 배앓이와 변비 등으로부터 장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입소문에 국산 분유보다 훨씬 비싼 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국내 유아용 분유 시장은 2015년 4천400억원에서 2021년 3천255억원으로 감소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4.9%다. 이는 오늘날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저출산' 탓으로 보인다. 지난달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전국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아 '식(食)' 산업의 프리미엄화로 이어졌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몸에 좋은 제품을 먹이려고 하나부터 열까지 깨알같이 챙기려는 부모 심리가 반영된 것. 과거 고급 조리원에서 영업용으로 제공되던 해외 브랜드 분유가 이젠 '육아 대세품'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해외분유 선호현상 탓에 국내 분유 제조사 매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하락했고, 남양유업은 86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까지 국내 4개 분유 생산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90%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0%대로 떨어졌다. 그사이 수입 분유 점유율은 25% 수준으로 널뛰었다.

음식뿐만 아니다. 젖병 등 유아용품에서도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상네트웍스는 배앓이 방지 젖병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디프락스' 용품을 수입하고 있다. 대표 제품 '에스바틀(S-bottle)'은 공기 혼입 방지, S자 형태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등으로 네덜란드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무쉬' '프리그' '나뚜'를 공식 수입·판매한다. 무쉬와 프리그는 덴마크, 나뚜는 벨기에 브랜드다. 심미적 디자인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 안전성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외직구를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향후 해외 브랜드의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는 9천612만 건, 47억2천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1,294.2원)으로 계산하면 6조1천150억원이 넘는다. 분유 등 기타 식품은 전체 직구 품목 가운데 10%를 차지했다. 올해 해외직구 규모는 사상 첫 1억 건(50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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