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시민기자 이준희씨 "장애 이미지 깨는 사람?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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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6  |  수정 2023-10-26 08:09  |  발행일 2023-10-26 제21면
시 쓰며 사회와 소통…작년 시화전 열기도

"장애인 편히 모이는 문화공간 만들고 싶어"
영남일보 시민기자 이준희씨 장애 이미지 깨는 사람?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사문진 나루터 낙동강 유람선을 탄 이준희 시민기자. 이준희 시민기자 제공
영남일보 시민기자 이준희씨 장애 이미지 깨는 사람?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시 스터디에 참석한 이준희 시민기자(오른쪽 맨끝 옆모습). 이준희 시민기자 제공
영남일보 시민기자 이준희씨 장애 이미지 깨는 사람?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운동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이준희 영남일보 시민기자. 이준희 시민기자 제공
영남일보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이준희씨는 대구에 사는 35세 청년이다. 한 주에 한 번꼴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새벽까지 취재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기사를 쓴다. 취재요청서를 써 취재원에게 보내고 현장을 찾는다. 시도 쓴다. 지난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책을 읽기 위해 카페나 도서관을 찾기도 한다. 일주일에 네 번은 운동을 하러 간다. 이씨의 하루는 빠르게 흐른다.

이씨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외출할 때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대화는 태블릿PC에 타이핑을 해 필담으로 나눈다. 시를 쓰거나 취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e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취재원과 태블릿PC로 글을 써 소통한다.

▶시민기자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3년 전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다. 무탈하게 지나온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온 것 같았다. 부모님 속도 무진장 썩인 것 같다. 돌아보면 그냥 나 자신이 싫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어머니와 가족심리센터를 찾아가 오랜 시간 나만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들을 상당 부분 내려놓았다. 거기서 김호순 선생님(영남일보 시민기자 클럽 회장)을 만났다. 김 선생님과 밤낮으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직접 쓴 시와 촬영한 사진을 보냈고 선생님은 '재능이 아깝다'며 영남일보 시민기자로 추천했고,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기자 활동으로 얻은 점이 있다면.
"매번 취재를 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신기하다. 힘들게 취재에 응해주는 이들께 항상 감사하다. 예전의 방황하지 않던 나를 되찾고 다시 활력을 찾게 됐다. 시민기자 활동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

▶취재원이나 아이템 선정 기준은.
"보통은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를 아이템으로 삼는데, '화면 밖' 그러니까 다른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경희 대구지부장이나 학교폭력상담소 공감의 송낙준 대표 같은 사람들이다. 취재원의 태도를 배우고 독자들도 이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슈의 뒤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아쉬움은 없나.
"대부분 취재원과 직접 만나는데, 만나기 전 질문 목록을 미리 준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취재원의 시간을 고려하다 보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더 깊은 질문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 아쉽다. 또 카페에서 인터뷰를 할 때가 많다. 취재원이 음료값을 계산해주는 경우가 있어 마음이 무겁다.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기사를 쓰려고 신경을 쓴다."

영남일보 시민기자 이준희씨 장애 이미지 깨는 사람?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영남일보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이준희씨가 지난해 대구 중국문화원 갤러리에서 시골 대안학교 미술교사인 이지현씨와 공동 기획한 '너나들이' 시화전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형일 영남일보 기자, 이준희 시민기자, 박준상 영남일보 기자. 이준희 시민기자 제공
▶지난해 시화전을 열었는데.

"시화전에서 그림을 그린 이지현씨는 시골 대안학교 미술교사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서로가 향하는 꿈에 용기와 자긍심을 넣자는 의미로 기획하게 됐다. 당시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람들에게 위로가 필요했다고 생각해 의기투합했다. 시화전은 '너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6월1일부터 열흘간 대구 중국문화원 갤러리에서 진행됐다. '너나들이'는 순수 우리말로 '서로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는 뜻이다."

▶시민기자 외의 다른 활동 계획이 있다면.
"장애인이 쉽게 오고 갈 수 있고, 다양한 장애 예술인들이 자기표현을 많이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또 정말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 필요한 공간과 사회적 재능을 모아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리가 받는 도움을 더 큰 감사로 돌려드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각해온 것도 있다. 장애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 운동치료실, 복지관 외에 목적지가 사실상 없다. 자유롭게 만나고 모일 수 있는 장소도 많지 않다. 장애 청년들이 차도 마시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작은 복합문화공간을 꾸미고 싶다."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이준희는 어떤 사람인가.
"지인이 '장애라는 이미지를 깨는 도전적인 사람'이라 하더라. 근데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장애'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긍적적으로 생활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조금 느리고 수고스럽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힘든 시절도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안이 어려운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존재가 아프고 무거웠다. 김호순 선생님과의 인연이 나를 성장하게 도와줬다. 장애란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컴퓨터 자판을 치며 떠올랐다. 태어나보니 이 몸이 나를 만났고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 열심히 해왔다. 그저 '글 잘 쓰는' 이준희이고 싶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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