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도 '소멸 위기'…수도권 쏠림에 지방 사투리 사용비율 크게 줄어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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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6 16:10  |  수정 2023-10-08 15:56  |  발행일 2023-10-09 제1면
젊을수록 표준어 사용 비율 월등히 높아
사투리 보전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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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훈민정음해례본에 실린 정인지 서문을 한글로 풀어쓴 8폭의 대작을 감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20대를 지내다 보니 사투리를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제 주변 친구들도 이제는 사투리를 많이 안 쓰더라고요."

올해로 서울살이 8년을 맞은 직장인 오창석(26)씨는 최근 사투리 사용이 많이 줄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오씨는 "수도권에서 오래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표준어를 많이 쓰게 되고 또 수도권에서 대화할 때 사투리보다 표준어를 쓰는 것이 의사소통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대구에서만 초·중·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였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대구 출신 이호연(28·여)씨도 "대학 생활하며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역 사투리 사용 비율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표준어 사용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지방의 소멸 위기가 인구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언어'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실시한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의견은 56.7%로 2005년(47.6%)에 비해 9.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경상 방언을 사용한다는 의견은 2005년 27.9%에서 2020년 22.5%로 5.4%포인트 줄었다.

표준어 사용 비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 예로 '가는 파같이 생기고 잎은 좀 납작한 채소'를 가리키는 말로 표준어인 '부추'의 사용이 60대는 61.9%인데 반해 20대는 88.4%의 비율을 보였다. 반면 경상권 지역 사투리인 '정구지'는 60대(31%)가 20대(7.5%) 보다 훨씬 높은 사용 비율을 보였다.

사투리 사용 감소의 원인으로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따른 결과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수도권에서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사투리보다 표준어를 쓰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투리는 정서적·학술적·문화적 가치 등 지역민의 정서가 녹아있는 문화재다. 보존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투리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어기본법 제4조에는 '지역어 보전을 통한 국어 발전과 보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돼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사투리 보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는 강원도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고, 제주도는 지난 2011년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도 지난 2월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 전시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연구본부 본부장은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자자체에서 조례를 만들고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사투리의 필요성에 대한 지자체와 시민들의 인식 제고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강수습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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