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독일의 작은 마을서 던진 질문

  • 박철하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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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6 07:40  |  수정 2023-12-12 10:20  |  발행일 2023-10-26 제13면
박철하작곡가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도나우에싱겐이 1년에 한 번 음악인들로 북적인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자랑하는 '도나우에싱겐 음악제(Donaueschingen Musiktage)'가 매년 10월, 사흘 동안 이 작은 마을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엔 나도 다시 이 도시를 찾아왔다.

유학을 시작한 1998년 가을 처음으로 이 음악제를 방문했던 나는 그 후로도 독일에서 공부하는 동안 꾸준하게 이 축제를 즐기러 왔다. 그때 나에게 우선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이런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세계적인 현대음악제가 열리고 독일과 유럽, 나아가서 전 세계에서 음악인들이 모인다니…'라는 생각과 '동네 주민들도 청중으로 참가해 이 현대음악의 축제를 즐기는구나'라는 생각이다. 독일에서는 이 음악제 외에도 작은 마을에서 행해지는 유명한 음악제들이 있다. 대도시에서 행해지는 이벤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마치 상상의 기차를 타고 다른 세계로 들어와 축제를 즐기는 듯하다.

1966년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관현악곡 '예악(Reak)'을 초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음악제이다. 윤이상은 우리 전통 궁중음악의 소리를 유럽 관현악을 통해 재현해 냈고, 새로운 음향을 추구하던 당시의 유럽인들에게 어떤 돌파구와 같은 영향을 미쳤다. 1980년에는 35세의 한국 작곡가 박영희(Younghi Pagh-Paan)가 우리 민중의 소리를 담은 관현악곡 '소리(Sori)'를 발표했다. 그 후에도 박영희는 여러 번의 위촉을 받았다. 윤이상이 우리 전통음악 중 정악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반면, 박영희는 민속악에 좀 더 애착을 뒀고, 민중과 여인 그리고 자신의 삶을 주제로 다루었다.

이번 '2023 도나우에싱겐 음악제' 폐막공연은 박영희의 새 관현악 작품으로 시작됐다. 작품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손뼉을 쳤다. 파킨슨병 때문에 걷기조차 힘든 몸을 이끌며 관객석 앞으로 겨우 나간 작곡가 박영희는 무대에 올라갈 수 없어서 그 낮은 자리에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수 분 동안 이어진 박수는 이번 작품에 대한 호응을 넘어서 인생을 바쳐 작업하고 있는 한 인간에 대한 예찬이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한다'라는 말이 있다. 작곡가 박영희는 아니 인간 박영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을 성찰한 것일까. 작품의 제목에서 그의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빈 무덤에서 죽은 예수를 찾는 마리아에게 던진 살아있는 예수의 질문이다. 박철하<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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