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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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5 13:06  |  수정 2023-11-05 13:23  |  발행일 2023-11-06 제22면
자멸의 길을 걸어온 국힘
'자기 확신'에 갇혀 자초
시대 흐름, 시대 의식 외면
'메가시티' 서울, 시대 역행
TK의원, 비만고양이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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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국민의힘이 난리다. 소란스럽고 어지럽다. 비정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하긴 정상인 게 이상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불거진 내년 총선 위기감이 국민의힘을 잔뜩 누르고 있다. 왜 졌을까. 강서구가 민주당 텃밭이라서 그랬을까. 강서구의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던 상당수 동(洞)이 국민의힘에게 등을 돌렸다. 민주당이 더 잘해서일까.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이 집권하고 불과 1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국민은 수준 낮은 말싸움만 봐야 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나라를 위해서, 또 국민을 위해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많다. 야당인 민주당은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힘은 도대체 뭘 한 것일까. 자멸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몰랐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의 표현을 빌면 '자기 확신에 갇힌 몽환적 통치'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자기 확신에 빠진 사람은 비이성적이며, 감각이나 감성을 믿고, 과거 지향적이며, 소유한 것을 지키려 하고, 이념으로 현실을 지배하려 하고,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자기 확신의 주문을 집단으로 외우고 있었던 셈이다. 친윤(친윤석열) 일색의 지도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어렵다. 비판을 비난으로만 받아들였다.

 

최 교수의 말을 좀 더 옮긴다. 최 교수는 '자멸의 알고리즘'을 통해 비효율이 쌓여 망한다고 했다. 효율성을 상실하는 원인은 흐름에 맞춰 변하지 못해서다. 최 교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춘다는 말은 시대 의식을 포착한다는 뜻이고, 시대에 맞는 적절한 어젠다를 세운다는 뜻이다. 망하는 것은 변화는 시대에 적절한 어젠다를 세우지 못해 일어난다"고 했다. 동의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 교수의 지적은 원래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것이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더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도 그렇다. 과연 시대 의식에 맞는 어젠다인가. 내년 총선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느낌이 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위기의 본질을 알아야 처방이 나오는데, 아직도 좀비정치나 하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에만 올인 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을 지도부를 겨냥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은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짐작된다. '메가시티 서울'이 시대 정신에 적절한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국정과제인데, 국민의힘은 '서울공화국'을 강화하려고 한다. 인구 소멸, 지역 소멸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서울로 몰아넣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간사한 꾀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에도 '국민의힘 본류'라고 으스대는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하기야 이준석 전 대표의 '비만 고양이'라는 고약한 비판에도 속만 끓일 뿐 아무런 말도 못한다. '비만 고양이'라는 낙인만 짙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희생론'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영남권 중진, 친윤계 의원들이 대상이다. 일단 잘 골랐다. 위기를 부르거나 방관한 자들이다. 책임과 희생의 가치를 복원하려면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갈아 엎어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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