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횡재세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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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0 06:44  |  수정 2023-11-10 07:01  |  발행일 2023-11-10 제27면

횡재(橫財)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얻은 재물이다. 영어로는 '윈드폴(windfall)'이라고 한다. 중세 영국에서 생겨난 말이다. 당시 영국은 벌채를 엄격히 금지했지만 폭풍에 쓰러진 나무를 주워가는 건 허용했다. 이런 나무는 빈민들에게 그야말로 '횡재'였던 셈이다. 이처럼 운 좋게 공짜로 취한 이득일지라도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20여 년 전까지는 그랬다. 횡재세(windfall tax)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7년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직후였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 단행한 국영기업 민영화 덕분에 떼돈을 번 사기업들에 시세 차익의 23%를 토해내게 했다. 이렇게 거둔 52억파운드(현재 가치 20조원)를 복지 재원으로 활용했다.

지난해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발(發) 횡재세가 등장했다. 영국 정부는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에너지업체들에 최대 40%가 넘는 초과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어 독일·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헝가리 등도 횡재세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고금리로 인해 짭짤한 재미를 본 유럽 은행들까지 횡재세 타깃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은행 횡재세 도입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은행권 이자 수익이 역대 최고인 60조원으로 추정된다니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은행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는 고금리에 등골이 휘는 서민 입장에선 열불이 날 만하다. 최근 대통령도 "소상공인이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며 직격했다.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은행권이 부랴부랴 상생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 기대에는 못 미친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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