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외로움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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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1 06:45  |  수정 2023-11-21 06:52  |  발행일 2023-11-21 제23면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중략)…/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다. 수선화의 꽃말은 외로움이다. 시에서는 외로움 자체가 사람이라고 했다.

물론 외로움은 시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가 천착해 온 주제다. 당연한 일이다. 외로움이란 게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특성 아닌가. 사실 외로움 자체에는 나쁘고 좋고가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서양 의학계를 중심으로 외로움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는 추세다. 며칠 전 WHO(세계보건기구)도 전 세계적인 외로움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미국 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비벡 머시 박사를 영입해 '사회적 연결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머시 박사는 외로움을 정서의 문제가 아닌 질환으로 보는 대표적인 의학자다. 그는 "외로움이 비만보다 건강에 안 좋다. 심장병 위험을 30%나 증가시킨다"면서 심지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만큼 해롭다"고 주장한다. 외로움에 대한 머시 박사의 경고가 섬뜩하다. 우리 주변에도 은둔형 외톨이가 적지 않다. 노인의 고립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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