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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엽기자 (사회부) |
매일 아침 반복하는 습관이 하나 있다. 문단속을 제대로 했는지 재차 확인하는 습관이다. 보통은 3초간 닫힌 문을 지그시 누르며 다시 열리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킨다. 어떤 날에는 계단을 내려가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문이 닫혀 있음을 확인한다. 아차 싶은 날에는 건물 바깥으로 나선 뒤에도 다시 올라가 문단속을 점검한다.
작년 초가을. 늦은 귀가 후 쓰러지듯 잠자리에 든 것이 화근이었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방 안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머리맡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반려묘가 없다. 불길한 예감에 서늘한 공기를 따라가 보니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자동잠금장치가 문이 닫히기 전에 작동되면서 현관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 이름을 부르며 바깥으로 향하던 중 계단 끄트머리에 웅크린 거뭇거뭇한 털 뭉치를 발견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그날의 충격은 문단속이라는 습관으로 남아있다.
소중한 존재를 잃을 뻔했던 경험이 떠오른 이유는 베테랑 소방관의 트라우마를 접하게 되면서다. 언제나 평온한 말투와 인자한 표정을 유지하는 소방관이었다. 그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내뱉는 말 속에는 구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자책감이 서려 있었다. '그때 구조하러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더 살릴 수 있었는데.' 머뭇거릴 틈 없이 선택을 강요받는, 긴박한 구조 현장의 최일선을 지켜야 하는 직업적 숙명처럼 느껴졌다.
최근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특례조항이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2015년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만들어진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총액의 45%를 재원으로 한다. 소방인력과 장비 노후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례조항을 통해 예산의 75%를 소방분야에, 나머지 25%를 안전시설 확충 등에 쓰도록 한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일몰 예정인 특례조항을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국 각지의 소방관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까지 나섰다. 소방 재정을 악화시켜 소방관의 안전과 국민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행안부는 일몰 규정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열린 결말이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사명감이, 머뭇거리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열린 문틈으로 달아나지 않기를 바란다. 노후한 장비가, 부족한 인력이, 미비한 안전시설이 불러올 상실의 아픔을 더 이상 개개인이 짊어지지 않도록 재차 확인이 필요하다.
김형엽기자〈사회부〉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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