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산타 다녀간DAY 수고했어, 올해도"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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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2  |  수정 2023-12-22 08:27  |  발행일 2023-12-22 제11면
'단꿈' 불과할 성탄절 기다리는 건
한 해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게
칭찬 건네고픈 마음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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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이제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몇 달 전부터 일찌감치 설레는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각종 장식품이나 장난감, 소박한 선물 등을 파는 '크리스마스 숍'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구경북 곳곳에서도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대구 도심과 경북 주요 장소에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물이 설치됐다. 마치 오랜 관습처럼 말이다. 대형서점과 문구점에서는 다채로운 디자인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품을 진열해놓고 있다. 카페와 빵집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가 등장했다.

몇몇 기관에서는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를 예고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많이 나는 곳을 찾아 추억을 쌓고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욱 분주해진다. 소박하게 혹은 화려하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 크리스마스가 뭐길래 그러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에 진정으로 설레던 기간은 어린 시절 잠깐뿐인 것 같기도 하다.

짧은 '단꿈'에 불과한 것 같은 그날 하루 때문에 세상이 너무 떠들썩한 것 아닌가. 또 크리스마스는 영화와 상점들이 만들어낸 환상 아닌가. 간혹 나쁜 사람, 반칙하는 사람이 더 잘 사는 세상의 부조리와 마주할 때면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라는 캐럴 가사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그만 크리스마스 같은 것에 초연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크리스마스 전통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기원을 추적한 책이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몇 해 전 일각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용어 사용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한 해의 끝자락, 단 며칠만이라도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

그 기간을 부르는 말이 크리스마스든 또 다른 무엇이든 우리에겐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꿈과 희망을, 사랑과 낭만을, 평안과 휴식을, 어린이들의 미소를,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볼 시간. 만약 그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 크리스마스가 아닌 다른 말이었다고 해도 기꺼이 불러줬으리라.

기적을 믿지 않으면서도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가슴에 품고 기다리는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산 '빨강 머리 앤'처럼….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 한복판,/ 배고픈 시절을 보내던 중학생 시절에/ 빨강 머리 앤이 홀연히 나타났었지./ 빨강 머리털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내게/ 주근깨가 한가득이라는 얼굴도 궁금했지./ 억울해도 늘 웃고 뛰논다는 앤이 부러워/ 어린 하늘의 기쁨만 보며 살고 싶었지만/ 전쟁이 끝난 동네에는 한가득 먼지만 일고… 날과 달과 해가 한동안 지나고 내가 늙고/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는 앤의 안부가 궁금해/ 배 타고 버스 타고 찾아간 캐나다 동북부,/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샬롯타운이란 작은 마을" (마종기 시인 '빨강 머리 앤' 중에서)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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