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모두가 기다리는 단 하루, 소중한 사람 떠올리기 딱 좋은 날

  • 노진실
  • |
  • 입력 2023-12-22 07:42  |  수정 2023-12-22 07:45  |  발행일 2023-12-22 제12면
대구경북 성탄절 분위기 '풍성'
팬데믹 후 더 소중하게 느껴져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두고
EU 내부 방침에 논쟁 일기도
지나친 상업화는 되새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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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곳곳에서 트리에 불을 밝히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다. 마치 오랜 관습처럼 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대구경북 곳곳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최근 정치도 경제도 한숨 나는 소식뿐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연말은 연말인가 보다. 곳곳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었던 만큼 일상 회복 후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조금은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2023 연말 분위기 및 연말 계획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7.7%)이 이번 연말에 한 해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말이 되면 설레는 기분이 들고(2022년 43.4%→ 2023년 45.0%), 12월은 즐겁고 재미있는 달(2022년 34.0%→ 2023년 38.9%)이라는 응답이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한 연말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면서도 따뜻하고 설레는 연말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은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내고 있다.

대구 도심과 경북 주요 장소에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물이 설치됐다. 대형서점과 문구점에서는 다채로운 디자인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품을 만나볼 수 있다. 카페와 빵집에도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가 등장했다. 박물관 등의 몇몇 기관에서는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를 예고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규모의 산타마을이 운영되기도 한다. 그중 봉화 분천 산타마을은 분천역 주변을 '산타우체국' '산타소망터널' 등 산타클로스 테마 공간으로 꾸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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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분천 산타마을의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용어 논쟁도

몇 해 전 유럽연합(EU)이 내부 직원들 사이의 종교적 차별을 배제해야 한다며 '크리스마스'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가 종교계 일각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른바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모든 직원이 특정 종교 교인이 아니고 다른 종교적 전통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EU는 크리스마스 대신 '홀리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후 크리스마스와 깊은 연관이 있는 종교계 일각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판단이 오히려 오랜 전통과 정당한 차이를 부정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에 EU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철회했다.

크리스마스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대구의 한 30대 직장인은 "우리가 무심결에 널리 쓰는 용어를 두고 한 편에선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그런 의견에 대해서도 존중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안모(43)씨는 "나는 평생 종교를 가져본 적 없는데, 종교와 관련된 기념일 용어가 딱히 불편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 크리스마스 외에도 여러 문화·종교와 관련된 명절이나 기념일 용어가 있지 않나"라며 "어떤 용어로 부르든 종교성과 별개로 그 안의 의미와 가치만 생각하면 된다고 본다. '메리 크리스마스'든 '해피 홀리데이'든 자기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되지 않을 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어 자체보다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치게 상업화돼 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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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분천 산타마을의 루돌프 조형물.


◆영화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는 그날의 의미

가끔씩 논쟁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비단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2월 25일'은 추운 겨울의 하루이자 한 해의 마무리로 향해 가는 날이다. 그날을 특별하게 보내는 이유는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푸근해지고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크리스마스는 미처 잊고 지냈던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를 떠올리기에 딱 적당한 날이다. '사랑'과 '나눔' '희망' 같은 것들 말이다.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한 편의 영화가 있다.

우리에게 영화 '오베라는 남자'로 많이 알려진 한네스 홀름 감독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작품이다. 감독의 전작처럼 이 영화 역시 많은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남긴다.

영화는 '칼-베르틸'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크리스마스 기간에 벌이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밝음과 어둠이 무척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영화다.

부유한 집안에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칼-베르틸이 우연히 고아원에 사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다소 무모하나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영화를 못 본 이들을 위해 소년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 다만 영화 속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칼-베르틸의 사진을 통해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영화 음악이 감각적이고 감미로워서 눈 내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동화 같은 작품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부자들은 왜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왜 더 가난해지는가'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또 잊고 지냈던 사랑과 나눔, 희망의 가치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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