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집, 있고도 없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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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1 07:02  |  수정 2023-12-21 07:03  |  발행일 2023-12-2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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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지난해 20, 30대 중 12만3천명이 집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30세 미만과 30대(30~39세) 중 주택소유자 수가 2021년 대비 각각 1만7천명과 10만6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 폭등 때 젊은 세대가 무리한 빚까지 내서 구매에 나섰는데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 '영끌족'이 대거 주택을 처분했다는 기사에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영끌 투자에 대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다는 비판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에 오죽 답답하면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 한쪽이 무거워졌다. 대구에도 '범사만삼(범어4동, 만촌3동)'에 입성하려는 젊은 층, 특히 어린 자녀를 가진 학부모의 간절함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이 남아돌아 문제인 지역도 많다. 국토가 좁은데도 대도시를 벗어나면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된 공·폐가가 수두룩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빈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농촌 빈집은 6만6천24동이다. 2018년 3만8천988동에서 70% 가까이 늘어났다. 전국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1만6천310동)이고 이어 경북(1만3천886동)이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농촌에서 빈집은 계속 늘고 있다. 농촌 빈집은 화재·붕괴 등 안전사고, 범죄장소 악용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농촌 빈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큰 성과는 없다.

지난봄 전남 장흥에서의 경험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문화기획자가 장흥에 내려와 폐가를 리모델링해 사는 곳을 방문했다. 아담한 기와집을 현대식으로 바꿨는데 특별한 감흥을 줬다. 멋지게 리모델링한 문화기획자의 감각에 탄성을 자아내는 동시에 왜 이런 멋진 집이 그동안 방치됐을까에 대해 의문스러웠다.

전국에서 제일 많은 빈집을 가진 전남은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강진군은 최근 도시민 인구 유입을 위해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연말부터 월 1만원에 파격가 임대한다고 했다. 빈집 리모델링은 소유주가 빈집을 무상으로 군에 임대하면 장기로 5년 임대 시 5천만원 등의 사업비를 지원해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강진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도시민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강진군의 이 정책에 전국 지자체 등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지방에서 지역균형발전을 목이 터지라고 외치지만 모든 지역이 수도권과 같은 인프라를 형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최소한 사람이 머물며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생활하는 기본적인 여건은 마련돼야 한다. 지방에는 늙고 아픈 노인이 넘쳐나는데 갈 병원은 충분치 않다. 애 울음소리가 끊겨 걱정이라면서 만삭인 임신부가 출산할 의료시설이 제대로 없는 게 현재 지방 소도시의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도 찾기 힘들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젊은이가 청춘을 불사르며 애 낳고 키우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지역에 정착하는 인구를 늘리려면 청년의 지역정착을 돕는 정주 여건 개선이 필수적이고 교통·주거·복지 등 다양한 지원사업이 병행돼야 한다. 있고도 없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주택 현실이다. 제대로 된 주택정책과 함께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살아도 성장의 기회와 행복할 권리를 똑같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균형발전이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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