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새해, 또다시 돌아온 '다이어리'의 시간···새로운 한 해도 잘 살아볼 결심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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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5  |  수정 2024-01-05 07:46  |  발행일 2024-01-05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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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思考) 정리학'으로 유명한 고(故) 도야마 시게히코의 글을 엮은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생각하거나 느낀 것을 기록하는 노트는 그 사람 정신 생활의 이력서나 다름없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한 사람이 우연히 생각해낸 것은 일회성 사고라서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도야마 시게히코 '어른의 생각법' 중에서)

또한 그는 책에서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 모르는 아이디어를 붙잡고 싶다면, 자나 깨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그 준비가 바로 메모"라고 강조한다.

나의 계획을 정리해 쓰고, 생각이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인간이 오랫동안 중요시해온 행위였다.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그 무언가를 글자로 남기는 것이다.

누군가의 한 해를 기록하는 다이어리가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아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시간' '결심' '계획'이라는 단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연말연시가 되면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새해 다이어리'에 관심을 가진다. 시기·시간별 계획이나 일정을 적고, 때론 메모나 일기도 쓰는 수첩 말이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대형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새해 다이어리가 가득 놓인 진열대와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아쉬움, 어색함이 교차한다. 새로 시작될 한 해가 설레기도 하지만, 왠지 가는 해가 아쉽고 또 아직은 다이어리에 적힌 새해를 가리키는 숫자가 낯선 듯한 모습이다.

그 광경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오프라인 상점에 새해 다이어리가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시점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새해 다이어리가 등장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된 세상이지만 '종이 다이어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아직도 종이 다이어리에 대해 높은 선호도와 호감을 보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카페 등에서 내놓은 '굿즈 다이어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다이어리 꾸미기'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종이 다이어리를 즐겨 쓰는 이유는 뭘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다이어리 구입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쓰다 보면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0.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직접 써야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48.6%)이라는 이유와 함께 "손으로 뭔가를 쓰는 것이 좋다"(45.5%)는 답변도 많았다.

오랫동안 종이 다이어리를 써왔다는 대구의 한 직장인은 "인간의 머리나 디지털 기기가 온전히 채울 수 없는 빈틈을 종이 다이어리가 채워주는 것 같다. 나에게 종이 다이어리는 한해의 길잡이이자 일 년 치 역사와도 같은 것"이라며 "종이에 펜으로 천천히 무언가를 쓸 때 정서적 안정감도 느낀다"고 했다.

새 다이어리는 사용한 흔적이 없어 깨끗하고 산뜻하다. 이제 하얀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듯이, 하얀 종이 위에 첫 글씨를 써 내려 갈 것이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다이어리에는 손때가 묻고 지난 시간의 흔적들이 가득 적히리라.

'2025년 다이어리'가 나올 즈음엔 지금 새로 시작하는 2024년이 아쉬운 과거의 시간이 될 것이다.

"흐르는 생각을 잡을 수는 있으나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 그러니 모든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잘 보내야 한다." 새해 다이어리가 알려주는 듯하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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