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다꾸'로 갑진년을 값지게…"스마트폰 시대에도 '쓰는 맛' 포기 못해"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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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5  |  수정 2024-01-05 07:53  |  발행일 2024-01-05 제12면
1유로 저렴이부터 20유로 고가라인까지 다양…팬덤계 굿즈도 인기
"SNS 아닌 아날로그 공간서 생각 정리하는 느낌 좋아 계속 쓰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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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각양각색 '2024 다이어리' 선보여

연말이 다가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새해 다이어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유럽의 쇼핑몰이나 서점에도, 일본의 잡화점이나 서점에도 새해 다이어리들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된다. 시대와 나라는 달라도 '종이 다이어리'로 새해맞이를 하는 모습은 비슷한가 보다. 종이 다이어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각 나라의 서점이나 문구점이 필수 여행 코스다. 여러 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새해 다이어리들은 모양도, 크기도, 무게도 제각각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이어리 겉표지로 알록달록한 색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차분한 무채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노트처럼 큼지막한 다이어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손에 들어오는 콤팩트한 사이즈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무게감이 있는 묵직한 소재의 다이어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휴대하기 편하게 다이어리는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또한 다이어리는 '고가 라인' '저렴이 라인' 등 가격대도 다양한 편이다.

가격이 몇만 원씩 하는 유명 브랜드의 다이어리도 있지만, 잡화점에서 몇 천원에 살 수 있는 다이어리도 있어서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구매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가격이 20유로가 넘는 꽤 비싼 다이어리가 있는가 하면, 잘 찾아보면 잡화점에서 단돈 1~2유로에 살 수 있는 다이어리도 구할 수 있다.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 2천엔이 넘는 제품도 있지만, 잡화점에서 100~200엔 정도에 살 수 있는 다이어리도 많다. 1~2유로, 100~200엔 다이어리도 충분히 쓸만한 가성비 제품이어서 알뜰족들에겐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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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2024년 다이어리들.
◆이맘때 중고마켓 단골상품, 다이어리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즈음, 이맘때 다이어리는 중고마켓의 단골상품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 상점에 새해 다이어리가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시점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새해 다이어리가 활발히 거래된다.

중고마켓에서는 회사 로고가 찍힌 '회사 다이어리'나 카페 등에서 내놓는 '굿즈 다이어리' 등이 특히 많이 판매된다.

'회사 다이어리'는 매년 연말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선물용 혹은 업무용으로 주는 수첩을 말한다. 물론, 회사마다 다이어리의 디자인이나 크기는 다르다. 업무 관련 메모를 위해 회사 다이어리가 꼭 필요한 직원도 있을 것이고, 스마트폰에 업무 일정을 저장하면서 종이 다이어리는 불필요한 직원도 있을 터. 여러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회사 다이어리들이 연말 연초가 되면 중고마켓에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 정말 다양한 기관에서 나온 다이어리들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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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한 쇼핑몰에 진열된 2024년 다이어리들.
대구의 한 30대 직장인은 "누군가에겐 유용한 회사 다이어리가 나에겐 그렇지 않다. 밖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인데, 우리 회사에서 매년 나오는 다이어리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버겁다"라며 "해마다 책상에 꽂아놓기만 했는데, 중고마켓을 통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판매되거나 무료 나눔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간혹 회사 다이어리를 너무 비싸게 판매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카페 등에서 고객들에게 내놓는 이른바 '굿즈 다이어리'도 중고마켓 단골상품이다. 굿즈란 아이돌,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문화 장르 팬덤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해당 장르에 소속된 특정 인물이나 그 장르 및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주제로 제작된 상품·용품을 뜻한다. 최근 서울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판매한 업무용 다이어리 '서울플래너 2024'는 단시간에 완판되면서 인기 굿즈로 떠올랐다.

지금은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유명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굿즈 상품으로 내놓은 다이어리는 한때 큰 유행을 타기도 했다. 요즘에는 카페에서 사은품으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음료를 사 먹기보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중고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도 종이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 오래고, AI(인공지능)가 점점 일상을 파고들고 있지만, 종이 다이어리는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다이어리는 이른바 새해 '결심상품'이라 불리며 연말연시 매출이 집중되는 대표적 상품에 속한다. 대형 서점이나 문구점에서는 '다꾸족'(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구류 등 다양한 물건들을 내놓고 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종이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뭘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1년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다이어리와 필름 카메라 등 아날로그 감성을 지니고 있는 제품에 대한 호감도와 이용 의향이 비교적 높은 가운데,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아날로그를 새로운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8%가 "아날로그가 실제 물건을 창조하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전체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52.5%)이 "주변에 매년 종이 다이어리를 꼭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종이 다이어리가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종이 다이어리 구매 의향은 남성(53.7%)보다는 여성(69.1%), 그리고 20대와 50대 연령층(20대 64.4%, 30대 59.8%, 40대 57.7%, 50대 64.2%)에서 좀 더 높은 편이었다.

지난 달 27일 대구 동성로의 대형 문구점에서 만난 대학생 홍모(여·22)씨는 "연말이 되면 산뜻한 색감의 다이어리 하나를 꼭 사서 일 년 내내 쓴다. 새해 첫날 다이어리에 'to do list'(해야 할 일 리스트)를 쓰고, 공부를 할 때나 여행지에도 꼭 그 다이어리를 들고 다닌다"라며 "그래야 산만하지 않게 일 년을 잘 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씨는 "요즘은 SNS 등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세상인데, 다이어리는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 같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종이 다이어리를 써왔다는 한 50대 직장인은 "20년 가까이 매년 쓴 종이 다이어리를 다 모아놨다. 그 중엔 유명 브랜드의 제품도 있고,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 나온 작은 수첩도 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상관없이 한 손에 들어오는 실용적인 크기의 다이어리를 선호한다"라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여러 디지털 기기를 쓰고 있지만, 종이 다이어리에 펜으로 무언가를 쓰는 습관은 버리지 못할 것 같다. 다이어리에 기록해 놓은 중요 일정들이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됐고, 큰 실수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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