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신생아 1명당 현금 1억원을 일시불로 주자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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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7 06:50  |  수정 2024-01-17 07:00  |  발행일 2024-01-17 제26면
70대 이상이 20대 초월
50년 후 1천500만 사라져
경북 소멸·대구 초고령사회
출생아 충북도만 유일 증가
'머니 머니' 해도 현금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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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식 사회부장

지난해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섰다는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6세 아이들은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로 주저앉았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50년 후엔 1천500만명이 사라진다. 총인구는 3천600만명대(통계청 예측)로 쪼그라들어 50년 전(1970년, 3천200만명대)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2073년이 되면 2천500만명대(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로 줄어들 것이란 더 암울한 전망도 최근 나왔다. 경북도는 인구감소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빨라 53만명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경북도 인구(255만명)의 20% 수준인데, 거의 소멸에 가까울 정도다.

대구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9.6%를 차지하고 있다. 20% 이상이 기준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동안 인구 정책은 '백약이 무효'였다. 연간 50조원이 넘는 저출산 대응 예산을 쏟아 부어놓고도 7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에만 51조7천억원을 투입했다. 그해 태어난 아이는 24만9천명이었다. 산술적으로 아이 한 명당 2억1천만원의 저출산 예산을 지원한 셈인데, 그러고도 출산율 세계 꼴찌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십수년 전 '공중부양'을 한다던 한 대선 후보가 내건 공약 중 하나가 '결혼하면 1억원, 출산하면 3천만원을 준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허무맹랑한 공약으로 치부됐으나, 지금은 재조명되고 있다.

당장 인천시가 올해부터 태어난 아이는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한다. 충북 영동군도 아이 낳아 키우면 1억2천만원까지 주는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현금지원'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출생아 증감률을 살펴봤더니, 충북도만 1.5% 올랐다. 다른 16개 시·도 모두 내려갔는데, 유일하게 충북도만 신생아가 전년 대비 117명 늘어난 것이다. 충북도는 지난해부터 태어난 아이에게 5년간 현금 1천만원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현금 지원만큼 확실한 게 없다"고 단언했다.

'출산과 경제력'은 최근 온라인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연초 소셜미디어(SNS)에 '가난하면 아이 낳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는 반박 글이 급속히 확산했다. '가난의 대물림 방지'라는 출산 반대론에 '삶 자체가 축복이자 기쁨'이라는 출산 옹호론이 맞서면서 MZ세대(1980~2010년생)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젊은 직장 여성들은 힘겨운 육아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다. 요즘 출산 휴가는 직장에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낳은 아이는 누가 어떻게 키우나. 분윳값부터 어린이집·유치원비 등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고교까지 빼먹을 수 없는 학원비에다 대학 등록금은 또 어떡하나. 결국 따지고 보면 '돈 문제'다.

작년에 신생아 1명당 2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는데, 이참에 아예 현금으로 일시불로 주면 어떨까. 아이가 태어난 날 그 절반인 1억원을 부모 계좌에 쏴 준다면 출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머니 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 아닌가.진 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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